정근우, “골든글러브? 내년이 더 중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29 12: 40

골든글러브 후보에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하자 정근우(30, SK)의 첫 마디는 “에이…”였다. 골든글러브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내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벌써부터 단단한 각오가 물씬 느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8일 2012 골든글러브 후보들을 발표했다. 정근우는 안치홍(KIA) 서건창(넥센)이라는 후배들과 함께 2루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미 두 차례(2006·2009)나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경험이 있는 정근우로서는 또 한 번의 황금장갑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정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자포자기에 가까운 대답에는 사연이 있다. 정근우는 올 시즌 최악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127경기에 나가 2할6푼6리, 8홈런 46타점 22도루에 그쳤다. 다른 선수라면 괜찮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근우이기에 부진한 성적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고군분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할 수 없는 시즌이었다.

그 와중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평소 활발한 성격이었던 정근우는 올 시즌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정근우는 포스트시즌 기간 중 “시즌 때 내 폼으로 방망이를 돌려보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스스로도 부진을 인정한 것이다. 때문에 골든글러브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정근우는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 받을 수나 있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마음을 비우고 있다”라고 했다.
사실 성적만 놓고 보면 크게 밀리는 것도 없다. 안치홍은 타율 2할8푼8리, 3홈런 64타점 20도루를 기록했다. 신인왕 서건창은 타율 2할6푼6리에 40타점 39도루의 성적이다.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 이유다. 그러나 정근우는 “골든글러브에 도전하기에는 스스로 부끄럽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스스로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이다.
때문에 내년을 향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근우는 최근 문학구장에서 치료와 간단한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 쓸 에너지를 충전 중이다. 정근우 스스로에게도 2013년은 자존심 회복 외에 많은 것이 걸려있다.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야 하고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도 얻는다. 눈빛이 번쩍일 수밖에 없다.
정근우는 “WBC도 준비해야 하고 FA 자격도 얻는다. 해야할 것이 많다”라고 한 뒤 “내년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SK 선수단 내에서도 가장 승부욕이 강한 선수 중 하나가 정근우다. 그런 정근우가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내년 활약에 벌써부터 큰 기대가 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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