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현상이라는 사람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그가 가지고 있는 뒷배경이다. 한국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임권택 감독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그의 배경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요인.
하지만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차츰 구축해 나가고 있는 이 신인배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임권택 감독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리고 만다.
특히나 영화 '돈 크라이 마미'에서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죄책감 하나 없이 떳떳하게 살아가는 불량학생으로 분한 권현상은 배우 유선, 남보라 등의 열연 속에서도 밀리지 않고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다.

지난 20일, OSEN과 만난 권현상에게 이제는 아버지의 존재보다 배우의 연기가 더욱 돋보인다며 칭찬을 쏟아내자 그는 아직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고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 '돈 크라이 마미'를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 정말 센 역할이라서 걱정은 했다. 주위 분들도 영화를 보시고는 걱정을 하더라. 그렇지만 욕심도 났다. 그래서 흔쾌히 한다고 했다.
- 성폭행 장면들을 촬영하면서 심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다.
▲ 힘들기도 했지만, 보라한테 미안하더라. 촬영하면서 보라가 많이 울었다. 근처에 가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 장면들을 촬영하기 전엔 어색하게 인사하고 촬영하고 나면 어색하게 수고했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유선 선배님도 안 그래도 어려운데 내 역할이 그렇다 보니 거리를 둔 게 있었다.

- 연기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겠다.
▲ 이런 범죄들이 점차 가해자의 연령은 내려가고 범죄 수위는 높아지고 있는데 그런 기사들을 접하면서 처음엔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했던 문제들이었는데 연기로나마 경험을 해보니까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구나 생각했다. 성범죄도 안 좋은데 청소년 성범죄는 더 심각하구나 느꼈고 영화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나처럼 느꼈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
- 극 중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데 굉장히 동안이다. 동안의 비결이 있다면.
▲ 주위 분들이 내가 얼굴에 살이 붙으면 어려 보인다고들 하시더라. 그리고 어떤 사람이든 교복을 입혀놓으면 다 어려보인다(웃음). 교복을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교복을 한 번도 안 입어봤다. 그런데 20대~30대에 실컷 입어보고 있다(웃음).
- 2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왜 이렇게 늦게 데뷔한 건가.
▲ 군대를 갔다 오고 미국에 2년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원래는 1년을 예상했는데 볼 것도 많고 재밌어서 1년을 더 있었다. 이후에 학교를 마치고 쇼핑몰을 했었다. 배우의 꿈을 꿨었지만, 쇼핑몰도 해보고 싶어서 했었다. 그런데 정말 힘들더라.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공연을 하다가 '고사'라는 영화를 만나게 되면서 데뷔했다.
- 아버지 임권택 감독의 반대 때문에 연예계 데뷔가 늦어진 줄 알았다.
▲ 대학 갈 때까지는 반대를 하셨는데 그 이후엔 응원은 아니더라도 지켜보자는 식이셨다. 그 당시에는 나를 보면서 답답해 하셨던 것 같다. 아마도 영화계에 몸담고 계셨기 때문에 이곳이 정말 힘든 곳인 것을 아셨기 때문에 자식까지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반대하셨던 것 같다. 아마 그게 제일 큰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변수도 많은 곳이라 걱정도 하셨다.

- 연기자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아버지가 영화 일을 하시다 보니 어릴 때부터 영화를 자주 봤다. 아버지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연기보다 영화를 좋아했다. 영화 속 배우들을 보면서 꿈이 생겼던 거다.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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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