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코리안특급] 박찬호, 끝까지 눈에 아른거렸던 야구공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11.29 16: 31

"오늘은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다음날 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고심 끝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박찬호는 29일 구단에 자신의 은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박찬호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은퇴에 대한 상세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그동안 은퇴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시즌을 마친 뒤 박찬호는 "아쉽지만 의미있는 시즌을 보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인들과 가족들과 상의해봐야 한다. 11월말에 결정하겠다"며 자신의 현역 연장 여부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구단은 그를 NC 특별지명 대비 보호선수 20인과 보류선수 명단에 모두 넣으며 내년에도 같이 하길 원했다. 김응룡 신임 감독은 "마무리로 쓰고 싶다"고 보직도 결정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침묵은 길어졌고 구단도 팬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5일 박찬호야구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만난 박찬호는 자신이 침묵하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오늘은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다음날 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혼란스러웠던 최근을 정리했다.
그를 붙잡은 것은 그의 야구에 대한 욕심과 팀 동료들이었다. 그는 "LA 다저스에 있을 때 러닝 머신을 뛰면 경사를 3도 정도로 놓고 뛰었다. 그이후로 그렇게 뛰질 못했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그렇게 뛰어지더라. 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팀 동료들에게서도 같이 하자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며 아직 공을 놓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한국에 올 때부터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있었다. 그는 항상 "향후 계획하고 있던 일들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것이 지도자 생활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수 생활보다는 그것이 지금의 자신에게 더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이들이 답답해할 만큼 그의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를 잡고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도 끝까지 야구공이 아른거렸다. 그러나 '코리안특급'은 결국 야구인생 1막을 접고 새로운 야구 인생 2막을 걷기로 결정했다. 남은 것은 그가 미국에서 한국 선수의 길을 개척했듯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것을 응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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