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남영동 1985'(정지영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 새삼 놀라는 관객들이 많다. '정말 저 때 그랬단 말이야?'
대체로 젊거나 어린 관객들이다. 1985년은 지금에서 멀지 않은 과거이지만, 30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그 시대를 온전히 피부로 직접 겪지 않았기에 잘 모르고, 연령층이 더 내려갈수록 그야말로 교과서에서만 봤던 옛날 이야기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조선시대나 아니면 고려시대, 삼국시대보다도 더 충격적인 1985년의 모습에 사람들은 전율한다. 그 때 그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故 김근태 의원이 직접 겪은 22일간의 일을 그린 것임을 상기하며, '어떻게 저런 상황이 가능할 수 있냐'고 궁금해하는 중고생 관객들도 종종 보인다.

그 만큼 잊고 지내던, 잊혀졌던 과거다. 야만의 시대라 불린 근대사의 자취는 보는 이의 마음을 무섭게 파고든다.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고문기술자 이두한(이경영)은 민주화 투사 김종태(박원상)에게 물고문, 고춧가루 고문, 전기고문을 가하고 주변 경찰들은 이를 보며 이죽거린다. 사람을 고문하며 자신들의 가정사, 연애사에 대한 잡담을 늘어놓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자유 민주주의가 저 시대에는 피를 토하는 투쟁을 통해 얻어내야 하는 가치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감시당하다 끌려오고, 말도 안 되는 거짓을 날조하라 협박당하고 압박당하고, 온몸이 발가벗겨진 채 고문 당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이를 스스럼 없이 행하는 국가 권력은 오늘날 젊은 관객들에게는 판타지 같은 고통으로 다가올 법 하다.
영화는 실제 인물인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행했던 잔인한 폭력과, 민주화 운동가 및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당했던 억울한 희생을 이야기한다.
1980년대 국가의 폭력이 자연스럽게 자행되던 역사는 생소하면서도 끔찍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이는 실제 움직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젊은 관객들이 당시의 역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게 하는 호기심을 안겨주고, 영화 주인공의 실제 인물인 故김근태 및 남영동 대공분실과 관련한 서적이 출간 되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극중 이두한으로 열연한 배우 이경영은 "이 영화를 보고 'SF 영화같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의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내비친 바 있다. 관객들에게 실제로 잊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SF영화 같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시 인식시키는 것도 영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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