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인턴기자] ‘남쪽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기서 남쪽이란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의 바닷가 깡촌 카스텔라바테를 말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소시민 가장 알베르토 콜롬보는 대도시 밀라노로 발령을 받기 위해 장애인인척 하다 걸려 땅 끝 마을 카스텔라바테로 좌천된다. 이탈리아에 살지 않는 외부인의 눈에는 거기가 거기처럼 보이지만, 알베르토는 거의 죽을 각오를 하고 집을 떠난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지방은 가난과 불결, 범죄의 온상이기 때문. 따라서 방탄복 착용과 생수, 선크림은 필수품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폴리로 떠난다는 그에게 ‘제발 살아있으라’며 인사한다. 부인 실비아는 남편을 사지에 보내기라도 하는 듯 눈물, 콧물을 흘리며 몸조심을 당부한다. 심지어 가는 길에 마주친 교통경찰은 사정을 듣더니, “저는 그 마음 정말 이해해요. 우리 오빠는 코소보(유럽 내 분쟁지역)에 있었거든요”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남부의 무시무시한 교통체증을 견뎌내고 밤이 다 돼서야 바닷가 마을에 도착한 알베르토는 자신이 지점장으로 발령 난 카스텔라바테 우체국의 직원 마티아의 집에 하루 신세를 지게 된다. 마티아의 집을 마피아 소굴쯤으로 생각한 그는 집에 도착해서도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침대 시트 위에는 신문지를 깔고, 발밑에는 쥐덫을 놓고, 문은 의자로 막은 채 방탄복을 입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
영화는 시종일관 크고 작은 코미디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초반에는 마을에 도착해서도 경계를 풀지 못하는 알베르토의 과장된 행동으로, 후반에는 우체국 동료들과 마을 사람들이 동반된 요란한 소동극으로 유쾌한 코미디를 만들어 냈다. 특히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생활방식을 가진 남부 지방 사람들과 편견으로 인해 그런 그들의 의도를 오해하는 알베르토가 만들어 내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영화가 주는 재미의 핵심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이탈리아 영화임에도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지방색으로 인한 편견이 지역감정으로 드러나는 현실의 유사성 때문이다. 대도시와 지방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갈등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들이다. 더불어 이탈리아 엄마 실비아가 아들을 대도시 밀라노에 있는 대학에 보내 변호사로 키워야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감독 루카 마니에로와 마티아 역을 맡은 알레산드로 시아니는 실제로 나폴리 출신이라 실감나는 남부지방의 문화를 영화에 제대로 담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를 본 후 여행이라도 한 듯 마음에 남는 살레르노와 카스텔라바테 등 이탈리아 남부 최고 해변도시들의 산뜻한 풍광과 뜨거운 햇빛,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는 이 영화가 주는 최고의 보너스다.
조금 더 정교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탈리아 남부의 구수하면서도 독한 사투리를 깨알 같은 전라도 사투리로 재구성한 번역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 ‘웰컴 투 사우스’는 인셉션을 누르고 4주간 이탈리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프랑스판 버전으로는 프랑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끈 흥행작이다. 유럽판 지역감정 코미디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큰 웃음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12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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