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이도 잘 할 수 있지?".
'코리안특급' 박찬호(39)는 은퇴 결심 전까지 한화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지난 29일 오후 노재덕 단장에게 전화통화를 통해 은퇴 의사를 전달한 박찬호는 결심 전까지도 한화 후배들과 전화·문자로 연락했다. "나 없이도 잘 할 수 있지? 내가 없어도 열심히 잘 해야 한다"며 은퇴를 결심한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결국 이날 오후 박찬호의 은퇴가 공식 발표됐다.
최근 4년간 3번 최하위에 그친 한화는 전력 보강은 커녕 누수만 심해지고 있다.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고, 양훈이 경찰청으로 군입대했다. 중간계투 송신영도 NC의 특별지명을 받고 떠난 상황. 상징성을 떠나 팀 전력적인 면에서도 한화에 투수 박찬호는 절실한 존재였다. 한화는 NC 특별지명에 따른 보호선수 20인과 2013년 보류선수 65인에 모두 박찬호를 포함했다. 박찬호의 현역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박찬호도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 연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25일 장학금 전달식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오늘은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다음날 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LA 다저스에 있을 때 러닝머신을 뛰면 경사를 3도 정도로 놓고 뛰었다. 그 이후로는 그렇게 뛰질 못했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그렇게 뛰어지더라.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미련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박찬호의 은퇴를 예견된 수순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 박찬호와 관련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김응룡 감독이 한화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순간부터 은퇴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이다. 김응룡 감독은 마무리훈련 중에도 박찬호가 좀처럼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자 "지금껏 특정 선수에게 이런 특별 대우는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가감없이 내비치기도 했다.
아무리 박찬호라도 김응룡 감독 앞에서는 똑같은 선수일 뿐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 관계자는 "박찬호의 은퇴 결정이 늦어지자 김응룡 감독이 미련을 버렸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박찬호가 은퇴 결정하기 전날이었던 28일 외국인선수 물색 및 휴식 차원에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 감독이 박찬호를 만난 건 취임식이었던 지난달 15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울러 더욱 약화된 팀 전력에 따른 부담감 가중과 절친한 후배 장성호의 트레이드도 은퇴 결정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찬호가 한화에서 더 뛰게 될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코칭스태프에서 선발이 아닌 중간 투수로 생각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평소 의지하고 지낸 장성호가 롯데로 트레이드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 봤다. 장성호는 한화에서 박찬호와 가장 허물없이 지낸 후배였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박찬호는 이제 현역 유니폼을 벗고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박찬호를 특별법으로 불러 1년을 함께 동고동락한 한화는 구단은 "한 해 더 하기를 희망했는데 섭섭한 마음이야 있다. 하지만 본인도 30년의 야구인생을 마무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찬호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향후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박찬호와 함께 방법적으로 찾아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호와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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