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지각변동이 일었던 프로아마최강전. 둘째날은 대이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제 2의 허웅(19, 연세대)처럼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이들은 있었다.
2012 KB국민카드 프로아마최강전 첫 날. 전성현과 이호현이 68점을 합작한 중앙대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챔프 KGC 인삼공사를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또 연세대는 서울 SK에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허재 전주 KCC 감독의 아들 허웅은 4쿼터 중반 5반칙 퇴장을 당하기 전까지 22득점을 올리며 정규리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SK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둘째날. 기대했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 KB국민카드 프로아마최강전서 경희대를 65-63으로, 원주 동부는 한양대를 88-8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결과야 형님들인 프로팀이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경기 내용 만큼은 박빙의 승부였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하지만 이날 만큼은 아니었다. 경희대의 두 에이스이자 한국 농구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민구와 김종규(이상 21)는 종횡무진 코트를 휘저었다.
특히 가드 김민구는 모두의 이목을 끌만한 플레이를 펼쳤다. 21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3어시스트 2스틸 1블록을 곁들였다. 모교 선배인 강혁, 이현민 등 KBL 수준급 선수들을 앞에 두고도 자신의 기량을 오롯이 펼쳐보였다.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도 발목 부상을 안고 뛰며 12점 10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특히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빛을 발했다. 매치업 상대인 주태수(4점)의 공격을 꽁꽁 틀어막았다. 1스틸 2블록은 덤이었다.
상대 수장인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김민구와 김종규는 각 포지션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라며 "민구는 영리하고 공격에서 본인이 득점할 때를 알고 있고 동료 또한 살려줄 수 있는 선수다. 종규도 우리 선수들이 인사이드에서 공격 시도를 못할 정도면 수비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될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대성할 자질을 갖고 있다"고 둘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아우들의 반란은 계속 됐다. 한양대는 이날 비록 뒷심 부족으로 동부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코트 위에서 보여줬다.

나란히 더블더블을 기록한 정효근과 최원혁이 빛났다. 정효근은 자신보다 4cm가 큰 이승준을 상대하며 무려 36점 22리바운드를 내줬다. 이승준의 높이, 파워, 운동 능력 등을 당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19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다.
"이승준을 막느라 힘들었다. 프로 선수가 기술, 신체능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는 정효근은 "처음엔 겁먹었는데 공격할 때 버겁다기보다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최원혁은 선배들을 상대로 보석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28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양대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3점슛도 2개를 던져 모두 성공시켰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정효근과 최원혁의 기량이 좋았다. 정효근은 4, 5번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최원혁은 잘 몰랐던 선수인데 빠른 스피드와 득점력에서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선수인 것 같다"고 관심을 보였다.
최명룡 한양대 감독도 "최원혁은 우리의 감춰진 보물이다"며 "프로에 와서 꽃을 피울 만한 선수다. 궂은 일을 열심히 하고 디펜스가 경지에 다다랐다. 속공 능력도 있고 정신력도 좋다. 부상 없이 연습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주의깊게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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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김종규(위) / 정효근-최원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