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더 할 수 있는데…".
'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4번타자 김태균(30)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는 29일 한화 구단을 통해 현역 은퇴 의사를 전달했고, 30일 공식적으로 은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1999년 고교 2학년 때 박찬호 장학회 출신의 김태균도 대선배의 은퇴 결정에 거듭 아쉬워했다.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마음 한구석 허전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김태균은 박찬호의 은퇴에 대해 "아쉽다. 우리팀 상황이 안 좋다 보니까 찬호형이 힘들어도 중심을 잡아주며 후배들을 이끌어주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현역 생활을 더 할 수 있는 체력과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하기에 더 아쉽다"며 "찬호형 본인도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을 바꿔가며 힘들게 결정하셨다. 이해하고 응원해야 할 부분"이라고 복잡 미묘한 심경을 밝혔다.

김태균이 가장 아쉬워한 건 어린 선수들이 박찬호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찬호형은 전력적으로도 중요한 선수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1년밖에 함께 하지 못한 게 더 아쉽다. 어린 선수들이 찬호형을 보고 이것저것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그런 기회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은퇴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박찬호를 향해 김태균은 "내년에도 함께 뛰어달라"며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부탁했다. 김태균은 "내 입김이 별로 통하지 않았나 보다"며 웃은 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찬호형에게 죄송하다. 본인도 많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을텐데 내가 괜히 판단을 흐트러 뜨린 게 아닌가 싶다. 결정에 있어 부담을 준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올 한해 처음 박찬호와 한화에서 한 시즌을 함께 한 김태균은 투수와 야수로 포지션은 달랐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한다. 그는 "1경기, 1경기 소중하게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있으시니 얼마나 힘드셨겠나. 하지만 그 와중에도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시즌 막판 허리와 팔이 아픈데도 팀과 팬들에게 더 보여주기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몸 관리하는 모습이 참 크게 와닿았다. 사적으로 후배들을 챙기고 도와주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고 되돌아봤다.
지난 27일에는 장성호가 롯데로 트레이드된 가운데 박찬호마저 전격 은퇴하며 고참으로서 김태균의 역할이 커졌다. 김태균은 "선배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후배들이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들이 하나둘씩 떠나는게 너무 아쉽다"며 의지할 수 있는 선배들의 이탈을 안타까워했다. 이제 그만큼 김태균이 해야 할 역할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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