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KBO의 10구단 미션, 탈출구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30 06: 48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다. 올 겨울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처지가 딱 그렇다. 10구단 창단을 놓고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와 구단의 사이에 끼어 속만 태우고 있다.
KBO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은 10구단 문제 때문이다. 선수협은 당장 ‘이사회 개최’라는 결과물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고 있다. 반대로 구단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정기 이사회조차 소극적인 태도다. 어느 한 쪽이 양보해야 숨을 쉴 수 있는 KBO로서는 답답한 형국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이기도 하다. 10구단 창단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이사회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은근슬쩍 공을 KBO에 떠넘겼다. 연내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세부 작업은 KBO에 맡겼다. 그러나 정작 KBO가 일정조율을 시작하자 발을 뒤로 뺐다. 11월 정기 이사회는 간담회 형식으로 대체했고 12월은 시상식과 대선 등 여러 일정을 핑계로 대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이사회가 열릴지 조차 미지수다.

10구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삼성과 롯데가 전면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넥센과 NC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도 전향적인 자세는 아니다. 하루 빨리 10구단 문제의 마무리를 원하는 KBO가 표결을 부치지 못하는 이유도 ‘우군’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논의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 해를 넘긴다는 것은 그만큼 10구단 창단 승인이 늦어짐을 의미한다.
이를 모를 선수협이 아니다. 당장 압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선수협은 “10구단 논의가 진척되지 않을 경우 내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물론 골든글러브 시상식까지 보이콧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화살은 구단을 향하고 있지만 유탄은 고스란히 KBO가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WBC와 골든글러브가 모두 KBO 소관인 데다가 ‘중재능력 부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경우 위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단 KBO는 이사회 일정을 잡는 데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을 비롯한 복수의 KBO 관계자들은 “이사회를 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초 KBO에 주어진 1차 임무가 10구단 논의의 ‘판’을 까는 것이었던 만큼 이 부분만 해결하면 후속 일정은 자연스레 잡힐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구본능 KBO 총재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구 총재는 10구단 창단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이 안건을 두고 잡음이 불거지는 만큼 이제는 구 총재가 구단들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으로는 이사회 안건에 10구단 창단이 상정됐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7표가 필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구 총재의 정치력과 결단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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