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됐던 SK, 성과는 있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30 10: 30

본의 아니게 선수단을 둘로 찢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둘을 모두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렇다면 성과는 있었을까. 확답은 이르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쪽에 가깝다.
SK는 지난 11월 3일부터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했다. 그런데 명단이 이색적이었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선수들은 대부분 2군이나 신진급 선수들이었다.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주전급 선수들은 싹 다 빠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무리훈련을 소화할 만한 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SK의 주축 선수들은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투혼을 발휘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진출했지만 몸은 만신창이였다. 이 상태로는 강한 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마무리훈련 소화 자체가 미지수였다. 그래서 이만수 SK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주축 선수들에게는 문학구장에서 자율훈련을 지시하고 자신은 미국으로 향했다. 20일 넘게 1군 선수들의 얼굴을 구경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 감독도 반신반의였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했지만 코칭스태프가 대거 미국으로 떠난 상황에서 훈련 분위기가 걱정됐다. 하지만 기우였다. 문학에 남은 선수들은 차분히 자율훈련에 임했다. 오전과 오후 두 조로 나뉘어 매일 구장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주로 치료 위주였지만 간단한 러닝과 웨이트로 다음 시즌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정근우는 “마무리훈련에 참여했던 지난해와 마음가짐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남은 선수들끼리의 분위기도 좋았다. 이제는 시간이 꽤 흘러 한국시리즈에서의 아쉬움도 잊어버렸다”라고 선수단 분위기를 설명했다. 여유를 가지고 심신을 추슬렀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 감독은 “최고의 소식”이라고 기뻐했다. 자신이 원했던 모습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대신 플로리다를 찾은 2군 선수 및 일부 선임급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다음 시즌에 대비했다. 이 감독은 “2군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 모습을 통해 희망을 봤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충분히 확인했다”라고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며 “좋은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했다. 플로리다에서 스케치 작업을 했다면 이제 문학구장에 남아 있는 물감을 활용해 팀 전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SK는 다음 시즌 전력약화가 불가피하다. 모창민 이호준(이상 NC 이적) 정우람 박종훈 김태훈(이상 군 입대) 등이 각자의 사정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몇몇 방법을 통해 전력 보강을 노리고 있지만 정황상 획기적인 수가 나오기는 어렵다. 결국 가진 자원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는 SK다. 그 출발이 이번 ‘이원화 전략’이었다. 성적표에 어떤 학점이 찍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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