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1라운드 종료 후 팀 내 외국인 선수 레오(22, 206㎝)의 활약을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남아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상대팀에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다.
올 시즌 삼성화재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레오는 단 한 라운드 만에 리그를 평정했다. 29일까지 7경기에서 229득점(경기당 32.7점)에 60.06%의 공격 성공률이다. 두 부문 모두 리그 선두다. 또 젊은 나이답지 않게 성실하고 진지하며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됐던 가빈보다 낫다는 세터 유광우의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게다가 스펀지다. 가르치는 것을 쑥쑥 빨아들인다. 신 감독은 “배구 지능이 뛰어나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상대 블로커를 이용함은 물론 상황에 따라 공격패턴을 바꾸는 영리함까지 갖췄다. 어느 정도 분석을 했다고 생각한 상대팀의 허를 찌르고 있다.

2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는 그런 레오의 진화가 잘 드러났다. 다른 팀에서 분석한 레오의 약점은 딱 하나였다. 라이트와는 다르게 레프트 포지션에서 공을 때릴 때는 직선 공격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레오의 공격은 주로 대각을 향했다. 수비 포메이션을 짤 때 참고가 될 만한 자료였다.
그러나 레오는 이 평가를 비웃었다. 유광우와의 찰떡궁합을 통해 러시앤캐시 코트의 직선 방향으로 강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사실상 블로킹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췄던 러시앤캐시의 전략이 산산조각났다. 레오는 이날 34점에서 공격성공률 65.12%로 삼성화재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은 질책하면서도 레오만은 “자기 몫을 꾸준히 잘 해준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적장인 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 역시 “레오의 공격 패턴이 1라운드와는 또 다르다”라고 혀를 내두르면서 “기술, 팀 융화력, 그리고 풀어갈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정말 좋은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아직 진화는 끝이 아닐 수도 있다. 레오 스스로가 보완을 벼르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블로킹이다. 세트당 0.423개로 카메호(LIG, 0.900), 마틴(대한항공, 0.714), 가스파리니(현대캐피탈, 0.522) 등 타 팀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 아무래도 한국 무대 첫 시즌이다 보니 상대 공격수들의 타이밍이나 습관이 낯설 수밖에 없다.
레오도 “블로킹이 가장 어렵다. 블로킹에서도 기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코치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있다. 앞으로는 침착하게 잘 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 번 배운 것은 잊지 않고 활용하는 레오다. 조만간 블로킹 능력까지 갖춘 레오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레오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