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과 박상하, 그리고 이강주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러나 머리 스타일이 그대로인 선수들도 있다. 통일이 안 된다. 이것이 러시앤캐시의 현 주소다. 부진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러시앤캐시는 개막 후 7연패의 늪에 빠졌다. 7경기에서 승점 1점을 버는 데 그쳤다. 21세트를 내주는 동안 따낸 세트는 단 3세트였다. 비시즌 기간 중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감안해도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시즌 직전 부랴부랴 명장 김호철 감독을 영입했지만 효과가 쉬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선수들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초적인 체력부터 미달인 상태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 기술이나 요령을 부려볼 여지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화려한 선수 구성에 비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김호철 감독 역시 “서브 리시브가 문제다. 연습은 많이 하고 있는데 아직은 아니다”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은 조직력도 문제라고 했다. 그 밑바탕에는 선수들 간의 응집력이 있다. 구슬은 많지만 꿰지를 못하고 있는 셈이다. 나이대가 비슷한 선수들이 모여 있다 보니 구심점이 될 선수도 마땅치 않다. 중요한 고비를 못 넘기는 최근 양상 또한 이와 연관이 있다. 체력이나 기술은 훈련을 통해 보완하면 되지만 이 문제는 또 다르다. 가르칠 수도, 강요할 수도 없다.
직접 러시앤캐시의 내부 사정을 접한 김 감독도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선수단과 대화의 자리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25일) 대한항공전이 끝난 뒤 선수들과 이야기를 했다”라고 털어놨다. 주제는 결속력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단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뭉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패에 빠졌다고 기죽지 말고 서로를 의지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뜻이었다.
다행히 조금씩 희망도 보이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2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세트 스코어만 놓고 보면 완패였지만 1·3세트는 리그 선두 삼성화재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이었다. 덩달아 선수들의 투지도 한층 살아난 모습이었다.
김 감독도 경기 결과를 떠나 이런 모습에 의의를 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노력을 많이 한다”고 외부의 삐딱한 시선을 자른 뒤 “선수들 눈빛에서 ‘무의미하게 지지는 않겠다’라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은 비단 전장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앤캐시의 반전 동력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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