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없지만 FA 자격 취득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모든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수치 상의 개인 성적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다만 선수생활에 있어 큰 기회인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둔 만큼 그에 대한 마음으로 팀에 최대한 공헌하겠다는 뜻이다. “개인 성적 목표는 없다”라던 손시헌(32, 두산 베어스)이었으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손시헌은 올 시즌 86경기 2할4푼6리 5홈런 31타점으로 제 실력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시즌 중에는 발목 부상이 겹치며 유격수 자리에 김재호가 대신 출장하는 경우가 잦았고 발목 부상 여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싶은 시즌 말이던 9월 30일 잠실 LG전에서는 상대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몸쪽 공에 오른손 검지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지난 시즌에도 손시헌은 한화 사이드암 정재원의 몸쪽 공에 늑골 골절상을 입으며 적지 않은 기간을 결장했고 손시헌이 없는 사이 두산의 팀 성적도 추락하며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바 있다. 내야 수비의 심장으로서, 그리고 하위 타선의 첨병으로 공헌도가 컸던 손시헌의 결장은 두산에도 타격이 컸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김재호가 손시헌의 수비 공백을 메운 덕분에 두산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바 있다.
팀은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손시헌은 검지 골절상으로 인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주변인으로 지켜봐야 했다. 11월 초 골절 부위 철심을 제거하고 다시 개인 훈련에 돌입한 손시헌은 현재 잠실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에 몰두하는 중이다. 후배 오재원, 이원석 등도 손시헌과 함께 잠실에서 훈련하며 다음 시즌 호성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09시즌을 준비하던 과정과 비슷하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마치 2년을 쉬고 복귀하는 것처럼요. 사실 지난해와 2년 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을 쓰고 비시즌 기술훈련에는 소홀히 했거든요. 이번에는 2008년 말처럼 기술적인 부분의 감도 잃지 않고 체력도 키우면서 병행하는 쪽으로 가고자 합니다”. 2008년 말 상무를 제대한 손시헌은 당시 몸 만들기는 물론 인 코스-아웃 코스 공략도를 높이는 기술 훈련에도 힘을 쏟았고 그 해 2할8푼9리 11홈런 59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성적과 함께 생애 두 번째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명실상부한 주전 유격수지만 손시헌은 조금의 방심 없이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자신의 부상 공백을 메웠던 김재호는 수비 면에서 손시헌 못지 않은 뛰어난 수훈을 보여줬고 시즌 막판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뛰어난 공격력까지 보여줬다. 10년 터울 후배 허경민도 원 포지션은 유격수로서 빠른 발과 민첩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잠재력 넘치는 후배들의 존재는 손시헌의 마음을 더욱 굳건하게 만든다.
“긴장이라는 말보다는 그야말로 경쟁이겠지요. 어느 팀이나 주전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저도 정면 승부를 통해 경쟁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좋은 컨디션을 잘 만들어 놓아야지요. 제가 약해지고 곁에 있는 선수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된다면 결국 저도 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언제든지 코칭스태프진에서 스타트 버튼을 눌렀을 때 곧바로 뛸 수 있는 준비가 되는 선수가 되어야지요”.
“아내가 내년 1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전지훈련 출발 전 아이를 보고 갔으면 한다”라고 밝힌 손시헌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한 팀의 주전은 물론 두 번의 골든글러브 수상 및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도 우뚝 선 손시헌. 이미 성공한 프로 생활으로 볼 수 있으나 그는 아직도 선수로서 효용 가치가 충분하다. 바닥부터 시작해 정상급 유격수로 올라선 만큼 후배들의 본보기가 될 만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부상 결장이 잦았던 지난 2시즌은 지난 일이니까요. 이제는 다 잊었습니다. 올해까지가 딱 삼재였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그런 것은 신경 안 썼는데.(웃음) 다음 시즌 목표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FA 자격 취득까지 신경 안 쓸 수는 없더라고요. 그리고 저 뿐만 아니라 (이)종욱이랑 (고)영민이도 내년 이후 FA 자격을 얻으니 확실히 하려고 하는 의욕은 높아질 겁니다. (홍)성흔이 형도 오고. 저희들의 동기 부여를 팀 내에 전파시켜 전체적으로 올라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팀이 원하는 목표 성적까지 이어졌으면 합니다”.
아버지로서 맞는 첫 시즌과 FA 자격 취득을 앞둔 손시헌. 부상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시장에서 제 가치를 받을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손시헌이다. 과연 그는 1년 후 어떤 웃음을 지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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