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 활약도 나쁘지 않았고 두 번째 해에는 10승 이상을 거두며 리그 검증도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 이닝 소화 능력에서 아쉬움을 비춘 것이 재계약 실패로 돌아갔다.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11승을 올리며 선발 로테이션 일정을 소화한 우완 브라이언 고든(34)을 보류 선수에서 제외했다.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9개 구단 보류선수 명단. 보류선수 명단은 다음 시즌에도 선수단 운용을 위해 필요한 선수들을 공시한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팀이 다음 시즌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 9개 구단 총 56명의 선수 중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보류 선수 명단 제외에 이름을 올렸다. 두 명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도중 팔뚝 통증에 이은 의료 사고 불운을 맛본 롯데의 3년차 라이언 사도스키와 SK 대체 외국인 선수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이브 부시이며 한 명은 삼성의 통합 우승에도 공헌했던 고든이다.
지난해 짐 매그레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던 고든은 그 해 14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3.81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SK의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던 고든은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25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3.94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승률 78.6%로 나가면 승리 가능성이 높았던 삼성 선발 한 축이었다.

그런데 왜 방출 되었을까. 이유는 바로 고든의 이닝 소화 능력이다. 묵직한 직구는 물론이고 뛰어난 파워커브 구사력을 자랑하는 고든이었으나 구종 패턴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단순한 편이었던 데다 결정적으로 고든의 이닝 수는 128이닝으로 규정이닝(133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삼성 선발진 중 윤성환(114이닝)과 함께 유이하게 규정이닝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 그나마도 윤성환은 허벅지 부상 여파로 1군 전열에서 제외되었던 바 있다.
로테이션은 거르는 일이 별로 없었던 고든이지만 경기 당 이닝 소화는 평균 5.1이닝에 그쳤다. 고든이 한 경기 7이닝을 소화한 것은 단 두 번. 그나마 7이닝이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이닝 기록이다. 정현욱이 FA로 LG 이적하며 계투진에 검증된 카드가 하나 사라진 상태에서 삼성이 좀 더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외국인 투수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보류선수 명단 포함 후 재계약 불가라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까. 고든에게 새로운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물론 이미 고든 이상의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외국인 투수를 레이더망에 포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지난 시즌에도 삼성은 덕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 등 나쁘지 않았던 외국인 투수 두 명과의 계약을 모두 건너뛰고 클리블랜드 시절 10승 전력의 미치 탈보트를 데려왔던 바 있다. 외국인 투수 수급에서 믿는 카드가 있다는 의미다.
2년 간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였으나 이닝 소화 면에서 아쉬움을 비추며 2년 연속 재계약 실패의 고배를 마신 고든. 기량 면에서 국내 무대에서 통한다는 인상은 확실히 비춘 고든은 다음 시즌 한국 무대에서 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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