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는 말보다 축하한다는 말에 감격스러웠다".
'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현역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박찬호는 3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향후 거취에 대해 밝혔다. 그는 중고교 시절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한국에서 입은 유니폼을 가져와 19년 선수 생활을 반추했다.
박찬호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니까 쓰리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한다. 은퇴를 결정한 어제(29일)부터 주위에서 축하 메시지가 많이 오더라. 한결 같이 아쉬운 게 아니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더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열심히 했구나, 최선을 다했구나, 다양한 일을 했구나 싶었다"며 "은퇴를 하게 됐지만 기분이 좋다.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다. 이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 박찬호는 "오래 전부터 야구 행정과 구단 경영 및 운영에 관심을 가져왔다. 미국의 선진 야구를 통해 여러가지 매니지먼트와 커뮤니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야구 경영 공부 계획을 밝혔다. 이어 "메이저리그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미국의 산업야구에 매력을 느꼈다. 팬들의 성원과 열정이 뜨거운 한국야구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다양한 공부랄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지도자에 대한 생각도 전혀 버리지 않았다. 박찬호는 "지도자 역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들 중 하나로 목표 안에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좋은 지도자, 정확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지도자 복귀 가능성도 남겨놓은 것이다.
박찬호는 "아내가 외국에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싶은 계획과 희망이 있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할 것"이라며 "다음달 초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들어갈 것이다. 그 이후 미래에 대해 확고한 설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박찬호는 고비때마다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 피터 오말리(75)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주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오말리 구단주는 박찬호를 메이저리그로 이끌었던 LA 다저스 구단주 출신으로 박찬호의 정신적 지주였다. 오말리 구단주의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는 박찬호에게 큰 힘이 됐고, 향후 진로에 있어서도 나침반 역할을 했다.
이달 4일부터 24일까지 약 3주간 미국에 머물며 은퇴 고민을 할 때에도 오말리 구단주와 5차례 정도 만남을 가졌다. 식사도 하고, 사무실도 찾아가며 오말리 가족들과도 만났다. 오말리 구단주는 샌디에이고를 맡고 있고 이곳에서 박찬호도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박찬호는 "오말리씨와 같이 좋은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목표와 고민을 함께 나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와 계획을 말해줬다. 천천히 계획을 잡은 후 팬들에게 알리도록 하겠다. 아마도 오말리씨를 통해 조언을 듣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야구 행정 및 경영 쪽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박찬호이기에 오말리 구단주와도 꾸준히 교류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waw@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