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꼭꼭 숨었다. 머리카락도 안 보인다. 요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딱 그렇다.
최근 야구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10구단 문제다. 어느덧 감자는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수원시와 전라북도가 10구단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야구단을 하겠다고 나선 기업도 있다. 구멍가게도 아닌 공룡기업 KT다. 야구단 운영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북도 조만간 유치희망기업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경쟁이 불붙을수록 10구단의 내실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런데 정작 이 감자에 양념을 쳐줘야 할 요리사들이 뒷전에 빠져 있다. 10구단 창단 승인을 논의해야 할 기존 구단들이다. 10구단 창단 승인에 미온적이다 못해 반대 의사를 굳건히 하는 구단도 있다. 이 감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고사하고 아예 태워 없애 버릴 기세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구단 사장들로 이뤄진 KBO 이사회는 지난 6월 “10구단 창단 계획을 유보한다”라는 의견을 채택했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KBO에 은근슬쩍 공을 떠넘겼다. 10구단과 관련된 향후 일정 편성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로는 아예 숨어버렸다는 게 문제다. 10구단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다. 급해진 KBO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방안에서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2015년부터 10구단이 1군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창단 승인이 나야 한다. 그래야 연고지와 기업을 정하고 선수 수급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2012년의 마지막 정기 이사회가 될 12월 이사회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이사회 개최 시점이 불투명하다. 설사 이사회가 개최된다 하더라도 10구단 안건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KBO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구단들을 소환할 수도, 압수수색할 수도 없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마찬가지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이콧 할 수는 있어도 10구단 창단에 도장을 찍을 권한은 없다. 결국 공은 다시 이사회로 넘어간다.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오직 이사회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10구단 문제 해결은 이사회가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는 자체부터로 시작되어야 한다. 막강한 권한만큼이나 프로야구계를 올바르게 이끌고 갈 의무가 이사회에 있다. 설사 10구단 창단에 반대한다면 팬들과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에서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 과정에서 틀린 것은 바로 잡고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발전도 가능하다. 이를 피한다고 한다면 그것도 명백한 직무유기다.
구단으로서도 이득이 될 수 있다. 이미 반대 구단들을 둘러싸고 온갖 풍문이 떠돌고 있다. “수원에 10구단에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 “KT가 싫어서”, 혹은 “8개 구단 체제로의 회귀를 꿈꿔서”라는 식이다. 정작 구단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구단의 생각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이사회 개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구단과 팬들 사이의 악감정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총수의 주문이 그런 것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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