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결코 비옥한 토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황폐한 토양에서 고민을 거듭할 때 비로소 변화가 생긴다. 여자배구 KGC인삼공사도 마찬가지 길을 밟고 있다. 내친 김에 외국인 선수도 이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쪽으로 뽑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 인삼공사는 시즌 첫 7경기에서 1승6패에 그치며 최하위에 처져 있다. 이해 못할 성적은 아니다. 인삼공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극심한 전력 누수에 시달렸다. 장소연 김세영 한유미라는 ‘큰 언니’들이 한꺼번에 은퇴를 선언한 것이 컸다. 여기에 주전 세터 한수지는 병마와 싸우고 있고 최고 외국인 선수 몬타뇨의 대체자로 데려온 드라간마저 태업을 일삼은 끝에 퇴출됐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지만 아직 기량과 경험에서 모두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희망도 발견했다.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패기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몬타뇨의 한 방에 의존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빠르고 아기자기한 패턴 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차희선 장영은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도 고무적이다.

이제 남은 것은 대체 외국인 선수 선발이다. 현재 인삼공사는 리스트를 추려 후보들과 접촉하는 과정이다. 이성희 인삼공사 감독은 “2라운드 막판, 늦어도 3라운드 초에는 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12월 10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데 그 뒤라면 너무 늦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각국 리그가 시작된 터라 좋은 선수를 뽑는 것은 어렵다. 이 감독도 “대단한 선수를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가 있고 없고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 머릿속에 ‘우리도 외국인 선수가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히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상대팀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최근 여자부 외국인 선수 선발 추세는 타점이 높고 파워가 강한 선수다. 비슷한 유형의 선수였던 몬타뇨를 막기 위한 방법이 트렌드로 정착됐다. 그렇지만 인삼공사는 꼭 이런 선수에만 목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차분히 진행되고 있는 팀 개편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한 시즌 후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에 팀을 맞추기 보다는 외국인 선수를 인삼공사라는 틀에 끼워넣겠다는 생각이다.
이 감독은 “키가 큰 선수보다는 우리 팀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외국인 선수를 뽑아 당장 우승을 향해 가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외국인 선수도 팀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외국인 선수가 인삼공사의 변신에 화룡점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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