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갖기' 청룡영화제, 그 반전과 이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2.01 10: 11

결국 '나눠갖기'가 답이었다. 최초로 1억 관객을 돌파한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다양한 장르에서 질적으로 좋은 영화들이 쏟아진 해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열린 제 49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15개부문 수상을 독식해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공정한 심사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과론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수상'이라는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제 33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은 대종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이번 시상식의 특징은 한 마디로 고른 수상, '나눠 갖기'였다.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영예의 주인공은 '피에타'였다. 앞서 제 49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모습을 비치지 않은 김기덕 감독은 이날 무대에 올라 밝게 웃으며 "감사하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15개부문을 싹쓸이 한 '광해'가 이날 미술상 1개부문 수상에 그친 것은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최다 후보를 장식했던 '광해'의 1개부문 수상은 의도적으로 '광해'을 제쳐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을 정도로 대종상과 그 모습이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시상식에서 특별하게 상을 몰아서 가져간 영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광해'의 1개 부문 수상이 '의도적 배제하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와의 전쟁"이 4개 최다 부문 수상자로 기록됐고, '내 아내의 모든 것' '은교' '도둑들'이 각각 3개, '건축학개론'이 2개, '광해', '부러진 화살', '연가시', '공모자들' 등이 1개 부문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런가하면 이번 청룡영화제 시상식의 또 다른 특징과 볼거리는 '예상을 깨는 수상'이었다.
'피에타'는 대종상에서는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했을지언정, 이미 베니스영화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기에 수상이 어느 정도 점쳐졌지만, 감독상의 경우는 '부러진 화살'이 올 초 개봉이었다는 약점을 딛고도, 정지영 감독이 그 영광을 차지해 의미와 감동을 더했다.
조연상도 나름의 반전이었다. 모두들 '도둑들'의 김해숙이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안을 것이란 전망을 했지만, 그 주인공은 '연가시'의 문정희가 됐다.
남우주연상은 대종상 남우주연상 수상의 이병헌, 신드롬의 주인공 하정우 등을 제치고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이 차지했다. 대종상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범죄와의 전쟁'은 이 외에도 각본상, 인기상, 음악상을 더해 4관왕이라는 최다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여우주연상이 가장 파격적인 반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피에타'의 조민수가 받을 것이란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이 영광을 안아 '역시 청룡은 예측불가'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임수정의 수상 역시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신인상은 앞서 대종상, 영평상을 휩쓸었던 김성균(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을 제치고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이 처음으로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기술 쪽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천만영화 '광해'와 '도둑들'이 아닌 '은교'였다. '은교'는 조명상과 촬영상을 가져가며 그 미장센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제 올해 대종상, 영평상을 거쳐 청룡영화상까지 마무리 됐다. 매해 과도한 '나눠주기'나 '몰아주기'는 둘 다 매번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올해는 나눠주기가 대중정서에 더 부합한 듯 하다. 이는 올해 유독 '괜찮은 영화'가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올해는 골고루 나눠주지 않으면 서운한 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영화 시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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