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떠나는 감독이자 대선배, 그리고 큰 형이었던 이를 향해 대전 선수들이 큰 절을 올렸다. 유상철(41) 감독은 내색 없이, 그저 코끝이 약간 시큰한 듯 선수들을 바라보며 서투르게 안아줬을 뿐이다.
대전 시티즌이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최종라운드 경기서 대구FC를 1-0으로 물리치고 시즌 마지막 승리의 기쁨을 안았다. 강등팀이 이미 결정돼 승패에 큰 의미는 없었으나 최근 부진을 거듭하며 무승의 늪에 빠져있던 대전에 있어서는 각별한 승리였다.
잔류가 확정된 상황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팀 모두 이번 시즌을 끝으로 감독이 바뀌게 됐다. 모아시르 감독과 유상철 감독의 고별전이 된 이날 경기는 대전과 대구 양 팀 모두에 있어 의미가 깊은 경기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시즌 감독 대행으로 대전을 맡아 올 시즌 본격적으로 팀을 꾸리며 의욕적으로 나섰던 유 감독은 대전을 떠나는 심경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만 같은 한 해였다. 개막과 동시에 지독한 부진을 겪으며 최하위로 처져 강등권 1순위라는 오명을 안았다. 하지만 홈에서 수원을 잡아내며 5월 반등의 서곡을 알렸고, 이후 기세 좋게 무패행진을 달리며 중위권 도약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8위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스플릿 B그룹에 남았지만 스플릿라운드 초반에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강등권과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시즌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상황은 급변했다. 잘 나가는 듯 했던 대전은 대구전 대패를 기점으로 급격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무패행진이 무승행진으로 바뀌었고, 40라운드부터 강등권의 피말리는 싸움에 다시 합류했다. 안정권으로 멀어졌다가 다시 미끄러진 강등권이라 충격은 두 배였다.
43라운드 광주FC가 대구FC에 패해 강등이 확정되면서 대전은 어부지리로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대전은 전남에 1-3으로 대패해 잔류 확정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재계약 여부는 경기 결과에 달려있다”고 수차례 웃어넘겼던 유 감독은 결국 최종전인 대구와 경기를 앞두고 재계약 포기 이야기를 듣게 됐다.
여러 모로 착잡한 마음으로 나선 그라운드일 수밖에 없다. 어려운 사정에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는 딱지, 부침을 거듭한 팀 성적과 첫 강등팀의 오명을 써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으로 점철된 한 시즌이었다. 어떻게든 마지막 경기는 이기고 떠나고 싶었을 터였다.
그런 감독의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전반 36분 아쉬운 오프사이드골로 득점 기회를 놓쳤던 김병석이 불과 5분 만에 테하의 크로스를 받아 그대로 머리로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테하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올려준 공을 문전에서 머리로 받아 헤딩슛으로 연결한 김병석은 오프사이드골의 아쉬움을 달래며 자신의 시즌 4호골이자 팀의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 뜻깊은 골을 만들어냈다. 유 감독이 데리고 온 선수였다.
골을 터뜨린 김병석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기쁨을 표한 뒤 곧바로 벤치로 달려갔다. 다른 선수들도 우르르 벤치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일렬로 서서 대뜸 큰 절을 올렸다. 한 시즌 동안 자신들과 함께 한 감독이자 대선배, 그리고 큰 형과 같은 유 감독에게 보내는 고마움과 아쉬움의 인사였다. 절을 올리고 덥썩 아이들처럼 안겨들었다.
유 감독은 자신에게 모여드는 선수들을 말없이 안아줬다. 하지만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선제골에 그저 흐뭇한 미소만을 띄웠던 유 감독은 어쩌면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선수들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작별인사를 승리로 안겨준 선수들의 말 없는 감사가 유 감독의 가슴을 적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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