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손에 쥐었던 글러브와 배트를 내려놓고 그라운드를 떠나려 합니다. 만감이 교차하지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입니다.”
지난 5월 2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은퇴 헌정 경기에서 이종범(42)이 눈물을 흘리며 남긴 고별사입니다.
“미국에 진출해 긴 시간 메이저리그에 몸 담았을 때 같이 했던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야구 역사상 저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박찬호(39)의 소감입니다.
박찬호가 회견장에서 공주중∼공주고∼한양대~LA 다저스∼방콕아시안게임 대표팀∼메이저리그 올스타전∼텍사스∼샌디에이고∼2006 WBC 대표팀∼필라델피아∼뉴욕 양키스∼피츠버그∼오릭스∼한화의 유니폼 13벌을 보여주며 지난 30여년을 추억하던 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의 2013년 보류선수 명단에 박찬호와 같은 또래의 박재홍(39)의 이름이 빠졌습니다.
그의 소속팀 SK는 은퇴와 코치 연수를 제안했으나 박재홍은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은 뜻을 굽히지 않아 결국 방출 시킨 것입니다.
이종범이나 박찬호, 박재홍은 한국야구 역사에 남을 걸출한 선수들입니다. 이종범은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98년~2000년까지 3년간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뛴 이외에는 타이거즈 한 팀에서만 16년간 한 곳에 머문 프랜차이즈 스타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한 팀에서만 이렇게 오래 붙박이로 남은 선수는 그가 송진우(21년)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그는 올해도 현역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었고 KIA 구단에서도 처음에는 그럴 작정이어서 미국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 참가해 녹녹치 않은 기량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규 시즌 임박해서 코칭스태프와 선동렬 감독이 그의 많은 나이를 감안하고 신진들을 육성하기 위해 그에게 플레잉코치(코치 겸 선수)와 연수, 연봉 동결 등을 제안하며 선수 활동을 접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고심하던 이종범은 3월 31일 선수 은퇴를 스스로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세 선수 모두 대다수 팬들은 ‘적어도 1년만 더 뛰었으면~’바라던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이종범은 ‘팀의 리빌딩을 위해’코칭스태프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은퇴를 종용했고 본인은 좀 더 협의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떠나 양측이 성급했다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박찬호는 고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에 올해 초 돌아왔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고국무대에서 23경기에 등판해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하자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난 것입니다. 고질적인 그의 허리와 팔 부상 등이 현역 생활 연장을 포기하게 했고 “앞으로 야구 행정과 구단 운영을 배우겠다.”며 야구 경영자로 돌아올 것을 다짐하고 떠났습니다.
박찬호가 아시아인 최고기록인 메이저리그 124승을 올린데 비해 박재홍은 프로 17년 통산 300홈런-267도루의 좀처럼 깨지기 힘든 대기록을 세운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불린 선수입니다. 박재홍은 1996년 신인이었음에도 사상 최초로 30홈런과 30도루 이상의 전인미답의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박재홍 등장 이후 지금까지 30-30클럽에 추가로 이름을 올린 선수는 이종범(1997년),홍현우(해태,1999년)-이병규(LG,1999년)-제이 데이비스(한화,1999년) 4명뿐인데 이들 네명이 한차례만 기록한데 비해 그는 1998년(30-43)과 2000년(32-30) 등 총 3차례나 30-30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바비 본즈(332홈런-461도루), 안드레 도슨(438-314), 윌리 메이스(660-338), 배리 본즈(762-514), 레지 샌더스(305-304), 스티브 핀리(304-320), 알렉스 로드리게스(647-318) 등 7명이, 일본에서는 장훈(504-319), 아키야마 고지(437-303) 2명이 각각 300-300클럽 정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을뿐입니다.
박재홍은 내년 1월 31일까지 새 구단을 찾지 못할 경우 유니폼을 벗어야 합니다.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자리도 현역 선수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러나야 합니다. 그에게 300-300 클럽 기회를 마련해 줄 구단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그는 그 기록을 세울 능력이 있고 그 이상의 활약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