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타선이 안 터졌다. 극심한 빈타 속에 13년만의 우승 꿈도 좌절됐다.
이연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열린 제26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0-4 완패를 당했다.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일본의 대회 5연패와 함께 한국의 우승 좌절이 확정됐다. 미비한 지원과 열악한 조건에서 분투한 대표팀이지만 타선의 빈타에 끝내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한국의 빈타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였다. 이연수 감독은 대회 준비 기간부터 "투수력과 수비력에 비해 타선이 약한 게 문제"이라고 걱정했다. 중심타자로 기대를 모은 나성범(NC)이 오른 손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고, 그을 대신해 발탁된 박정준(넥센)마저 대회 첫 경기였던 필리핀전에서 오른 손등에 공을 맞아 조기 귀국했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경기인 중국전에서는 4번타자 이재원(SK)마저 왼팔 인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일본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테이블세터 스타일의 고영민(두산)이 4번 타순에 들어가야 했다. 정형식(삼성)-고영민-정훈(롯데)으로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했지만, 소속팀에서 중심타자와는 거리가먼 선수들이었기에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일본대학야구선수권 MVP 출신의 선발투수 요시나가 겐타로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선취점을 내준 뒤 2회말 선두타자 고영민이 볼넷을 골라나갔다. 그러나 보내기 번트 사인을 받은 정훈이1~2구에 번트 파울을 범한뒤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꼬였다. 고영민이 2루 도루 성공시키며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지만 정훈이 우익수 뜬공, 이영욱(상무)-이준호(KIA)가 연속 삼진을 당하며 찬스를 무산시켰다.
3회에도 선두타자 최재훈(두산)이 이날 경기 첫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짓지 못했다. 5회 1사 후 이준호의 중전 안타로 선발 요시나가를 강판시켰지만, 이어 등판한 스리쿼터 스타일의 아키요시 료의 구위에 막혔다. 일본 사회인야구 출신의 아키요시는 9회 1사까지 4이닝을 탈삼진 6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일본의 수비도 한국의 타선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3회 1사 2루에서 오선진의 잘 맞은 타구를 일본 유격수 다나카 고스케가 안정된 바운드 처리로 땅볼 아웃시켰다. 다나카는 4회 2사 후에도 정훈의 잘맞은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며 한국 타선을 힘 빠지게 했다.
한국은 산발 2안타에 삼진만 무려 11개를 당했다. 테이블세터 오선진(한화)과 김용의(LG)가 각각 4타수 무안타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중심타자 정형식과 정훈마저 각각 4타수 무안타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번타자 고영민도 볼넷 하나로 출루했을 뿐 2타수 무안타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한국은 그나마 출루한 상황에서 잔루 3개를 남겼고, 5회 1사부터 9회 마지막 공격까지는 퍼펙트로 당했다.
7회까지 2실점으로 선방한 마운드도 무기력한 타선에 힘을 잃었는지 8~9회 1점씩 내주며 무너졌다. 말 그대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패했다. 타선의 침묵이 어느 때보다 아쉬운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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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