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명품·취업난·하우스푸어...현실이 드라마가 되다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2.02 08: 31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드라마가 등장, 공감 가는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SBS 새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에서는 의류회사 신입사원 세경(문근영)의 고단한 청담동 입성기를 그리며 팍팍하기 그지  없는 서민들의 생활과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세경은 명문대 디자인학과 차석 졸업에 다수의 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을 지녔지만 유학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취업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그러다 3년 만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의류회사에서 맡은 첫 업무는 사모님의 개인 심부름으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쇼핑 리스트는 세경의 말문을 막아 버리기 일쑤였다.

“노력이 나를 만든다”는 신조 아래 떳떳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 세경이지만 마음과는 달리 사회생활은 노력을 비웃는 것 투성이였다. 현재는 계약직이지만 정규직 전환을 꿈꾼다는 세경에게 “안목은 태어날 때부터 보고 느끼는 것들에 의해 형성된다”는 디자인 실장의 일갈은 곧 든든한 배경을 지니지 않고서는 더 나아질 미래에 대한 꿈조차 꿀 수 없도록 희망을 차단하며 세경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세경의 박탈감과 달리 드라마에는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이 아닌 방법을 이용하는 또 다른 부류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윤주(소이현)는 빼어난 미모와 교태로 학창시절부터 남자를 이용해 편안한 삶을 추구해 온 인물로 결혼 역시 의류회사 CEO와 골인하며 세경이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학창시절 윤주 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건 분명 세경이었지만 현재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건 결국 윤주였다.
서로 다른 선택으로 하늘과 땅만큼 격차가 벌어져버린 세경과 윤주의 모습은 학창시절 노력하면 무엇이든 된다는 가르침과 달리 막상 사회에서는 이 같은 가치가 통하지 않는 괴리감을 상기시키는 대목. 윤주의 행동은 노력을 배신한 무임승차지만 이에 대한 경멸적 시선에도 그만큼 뛰어넘기 힘든 부의 대물림과 그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며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봤을 현실의 벽을 구체적으로 구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이 밖에도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심리가 조장하는 명품백에 대한 소비 욕구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명품업체의 상술, 그리고 취업난에 부유한 남자를 만나 일명 ‘취집’에 성공한 여성과 이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자기에게 찾아올지도 모를 비슷한 운명을 낚아채기 위해 호텔 결혼식에 잔뜩 치장한 채 나타나는 이들, 부동산 광풍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샀지만 현재는 하우스푸어가 된 서민의 모습 등은 2012년의 현재를 조명했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목들.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부(富)에 대한 고민을 본격 소재로 채택하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펼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청담동 앨리스’가 당찬 포부만큼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개를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unha@osen.co.kr
SBS 홈페이지, '청담동 앨리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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