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근영의 정직한 눈빛은 든든했고, 망가진 실장님 박시후의 유머러스함은 복병이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SBS 새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에서는 문근영과 박시후가 각각 의류회사 신입사원 한세경과 명품회사 CEO 차승조 캐릭터로 분해 맛깔스러운 연기대결을 펼쳤다.
문근영은 취업전쟁을 뚫고 3년 만에 입사에 성공하지만 고(高) 스펙과 상관없이 사모님의 쇼핑리스트를 챙기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세경의 박탈감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디자이너로의 성공을 꿈꾸지만 유학을 다녀올 수 없는 형편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에 낙심하는 세경의 살풍경은 문근영의 정직한 눈빛과 만나 절박함을 한층 배가시켰다.

특히 “노력이 나를 만든다”는 신조 아래 명품백에 집착하는 친구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가난한 형편 때문에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를 끝까지 붙잡는 세경의 모습은 문근영이 가진 바르고 선한 이미지와 만나 설득력을 부가할 수 있었다.
여기에 세경이 사모님의 1억5000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어보았다가 보증서를 잃어버리고 안절부절 못해 하는 모습은 외적으로 드러난 꼿꼿한 자존심과 달리 내심 청담동 생활에 호기심을 드러내며 내면 깊숙이 자리한 나약함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드러내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문근영이 정직한 모습으로 안정감을 책임졌다면, 박시후는 망가짐으로 극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시후가 맡은 차승조 캐릭터는 자력으로 세계적인 명품회사의 최연소 대표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그러나 과거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백화점 사장인 아버지에게 내쫓김을 당하고 뒤늦게나마 이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모습은 승조의 뒤끝 있는 성격을 짐작케 하는 대목. 이를 연기한 박시후는 명품회사 대표라는 럭셔리한 이미지를 입고 사투리를 섞어가며 아버지와 치사한 싸움을 벌이는 반전 연기로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의류회사 신입사원 세경과 접촉사고로 첫 만날 당시 그를 ‘된장녀’로 오해하며 독설을 퍼붓는 모습 역시 멋있기만 한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인물임을 예고하며 향후 박시후의 활약을 예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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