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누수에 고민이 많은 SK다. 외견상 나간 전력은 많은데 들어온 전력은 별로 없다. 이에 SK가 새판 짜기에 나섰다. 이만수(54) 감독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라고 선언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주축 선수 몇몇이 팀을 떠났다. 우선 올 시즌 30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지킨 마무리 정우람이 군 입대한다. 4번 타자 이호준은 FA 자격을 행사해 신생 구단 NC로 향했고 장타력과 기동력을 모두 갖춘 ‘예비전력’ 모창민도 특별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 외 김태훈 박종훈 등 젊은 투수 몇몇도 머리를 깎으며 2년 뒤를 기약한 상황이다. 선수층이 얇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쉽게 메울 수 있는 공백은 아니다. 특히 마무리와 4번 타자 자리가 그렇다. 이 감독도 “머리가 아프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 위기를 넘어서야 또 한 번 대권 도전이 가능하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이 감독의 선택은 무한경쟁이다.

마무리 후보로는 올 시즌 프로야구 홀드 신기록(34홀드)을 다시 쓴 박희수가 거론된다. 새로운 4번 타자감으로는 이재원 조인성 박정권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일단 유보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1일 귀국한 이 감독은 “아직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모두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감독은 “퍼즐 맞추기다. 백지상태에서 퍼즐을 맞춰보겠다”라고 했다. 나간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과정에서 팀 내 전력배치를 다시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참고 기다리겠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원래 퍼즐이라는 게 시작 단계에서 시간이 좀 걸리지 않나. 맞추다보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팀 내 경쟁구도를 촉진시키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보직을 미리 정해놓으면 탈락한 선수들은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 비주전급 선수들의 고른 기량 향상이 필요한 SK로서는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고 이야기했다.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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