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구의 격차는 명확했다.
한국야구가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야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연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26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 경기에서 0-4 영봉패를 당했다. 산발 2안타, 1볼넷으로 완벽하게 눌렸다. 한국이 꿈꿔온 1999년 이후 13년만의 대회 우승이 물거품됐고, 일본은 4연승으로 대회 5연패를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는 2007년 24회 대회까지는 올림픽예선을 겸해 열렸다. 당연히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A급 선수들이 발탁됐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이후 아시아선수권의 위상은 낮아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프로선수 16명, 상무·경찰청 군복무선수 3명, 대학선수 5명으로 구성했다. 프로선수들도 1군 주전은 얼마 없었다.

하지만 일본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일본은 엔트리 24명 중 프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대학선수 8명에 사회인선수 16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대회 첫 경기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멤버만 11명이 포함된 개최국 대만을 2-1로 꺾었고, 사실상 결승전이었던 한국전에서도 강력한 투수진과 탄탄한 수비진을 바탕으로 4-0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됐지만 일본의 야구 수준은 매우 높았다. 특히 이날 경기 두 번째 투수로 나온 파나소닉 소속의 아키요시 료는 4이닝을 탈삼진 6개 포함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한국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스리쿼터 스타일의 까다로운 투구폼에서 최고 147km 강속구와 싱커 구사했고, 한국 타자들은 제대로 타이밍도 못 맞췄다.
수비에서도 역시 사회인 리그의 다바타 유이치가 한국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를 절묘하게 건져냈다. 어려운 바운드를 깔끔하게 땅볼 아웃 처리하고, 몸을 날려 다이빙캐치까지 성공시키며 한국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타선에서도 선발타자 9명 중 8명이 안타를 터뜨리며 10안타를 합작했다. 공수에서 일본의 완벽한 승리였다.
승리의 주역이 된 사회인 리그 선수들은 일본의 야구 저변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말이 사회인야구이지, 우리나라가 말하는 '동호인' 야구가 아니다. 한국의 고교야구팀이 53개밖에 되지 않는 반면 일본은 고교야구팀이 무려 4000개가 넘는다. 프로가 아니지만 그들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사회인팀만 354개이고, 공식 경기장만 546곳이 된다. 많은 실전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고 실력을 키우고 있다.
고교-대학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선수들만이 프로의 1·2군 그리고 육성군과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다. 나머지 선수들은 사회인야구에서 뛰지만, 상당수 선수들이 프로 진출을 목표로 한다. 일본의 메이저리그 선구자격인 노모 히데오도 사회인리그 출신이고, 올해 사와무라상을 차지한 셋츠 타다시(소프트뱅크)도 5년 전까지 사회인리그에서 뛰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9회말 오승환에게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친 초노 히사요시도 2009년까지 사회인리그에서 뛰었고, 2010년 요미우리 입단 후 중심타자로 자리잡았다.
올림픽과 WBC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을 잡는 건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A급 선수들로는 일본과 대등한 경기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한국이 A급 대표팀을 1개 팀밖에 만들지 못한다면 일본은 A급 선수들로만 2~3개 팀을 꾸릴 수 있다"는 한 야구인의 말처럼 선수층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야구 인프라와 저변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 프로 1.5군 선수들로 일본 대학·사회인 선수를 이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일야구의 격차는 아직 좁히기 힘든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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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