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었던 헐크가 다시 웃게 된 사연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02 10: 41

‘헐크’ 이만수(54) SK 감독이 다시 웃기 시작했다. 마무리훈련의 성과 때문이다. 몇몇 선수들의 성장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전체 선수들의 의지와 잠재력을 확인했다.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에 이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달 10일 팀 마무리훈련 캠프지인 플로리다로 향했다. 마음은 무거웠다. NC의 특별지명, FA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걸렸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다음 시즌 핵심 전력으로 간주하고 마무리캠프까지 합류시켰던 모창민이 NC의 특별지명을 받았다. “미안하다”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없었다. 여기에 팀 4번 타자인 이호준과의 FA 협상도 결렬됐다. 손 쓸 방도도 없이 두 선수가 떠나갔다.
그래서 그럴까. 플로리다로 떠난 지 10일 째 되는 날, 이 감독은 “입맛이 없다”라고 했다. 마음고생이 심한 듯 했다. 이 감독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우람까지) 3명이 빠져 나갔다. 어떻게 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여기 선수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보물을 찾아야 하는데…”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전력누수라는 그림자가 항상 활기 넘치는 이 감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10일이 지난 뒤, 이 감독은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다. 이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열흘 전과는 또 다른, 원래 이 감독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 감독은 귀국 후 “선수들의 잠재력을 봤다”라면서 “사실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마무리훈련을 함께 한 선수들 때문에 용기를 얻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보물’을 찾으러 떠난다고 했던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라는 귀한 보물과 함께 돌아왔다. 이 감독은 “교육리그부터 이어진 일정이었는데 이렇게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은 처음 봤다”라면서 “젊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더라. 코치들이 붙어서 가르치니 기량이 쑥쑥 올라왔다. 진짜 열심히 했다”라고 기뻐했다.
선수들을 보며 풀 죽어 있었던 자신의 모습도 반성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마무리훈련 막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모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이 있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용기를 얻었다’라고 말이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SK는 지난해에도 전력누수가 있었다. ‘여왕벌’ 정대현과 왼손 계투요원 이승호가 나란히 롯데로 떠났다. 김광현 송은범도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윤희상 박희수와 같은 대체 선수들의 제 몫을 완벽히 수행하며 공백을 메웠다. 이 감독은 이런 SK의 저력을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또 한 번 확인했다. 이 감독의 웃음과 함께 잠시 멈춰 있었던 SK의 시계도 이제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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