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판짜기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한화가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만 하더라도 김태균을 복귀시키고, FA 시장에서 송신영을 영입한 데 이어 박찬호까지 특별법으로 데려왔다.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순식간에 화제만발의 인기구단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한화의 성적은 최하위에 그쳤고, 1년 만에 팀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가고 있다.
에이스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최고 입찰액 써낸 LA 다저스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송신영은 특별지명을 받아 NC로 이적했다. 장성호도 무명의 신인 투수 송창현과1대1로 맞트레이드돼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최고참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박찬호마저 현역에서 은퇴했다. 스타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당장 전력의 손실이 크다. 류현진·박찬호에 양훈까지 경찰청에 군입대하며 선발투수 3명이 한꺼번에 이탈했다. 류현진이 27경기, 박찬호가 23경기, 양훈이 15경기로 시즌 133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65경기를 선발등판했다. 한화는 이 자리를 새로 메워야 한다. 여기에 3년간 중심타자로 활약한 장성호의 공백도 크다. 한화 팀내에서 장성호 만큼 잘치는 왼손 타자는 없었다.
최하위에 그친 올해보다 전력이 더 약화된 만큼 내년 시즌 이를 어떻게 메워나갈지가 걱정이다. 장성호 트레이드에서 나타나듯 투수 한 명이 급하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 함께 유창식·윤근영·송창현 등이 왼손 선발 경쟁을 벌인다. 올해 불펜의 필승조였던 송창식과 안승민의 선발 전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선발로 들어갈 경우 불펜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
타선에서는 김태완과 정현석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장성호의 공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태균·최진행·김태완의 클린업 트리오는 중량감이 대단하지만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면 중심타선에서 마땅한 대체자원이 없다. 오선진과 하주석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수년간 검증된 선수들은 아니다. 한 야구인은 "장성호의 공백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장성호만한 왼손 타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적인 손실이 전부가 아니다. 흥행 요소도 많이 빠져나갔다. 선발등판마다 구름·관중을 몰고온 류현진과 박찬호의 이탈이 특히 치명적이다. 류현진의 경우 확고부동한 에이스였고, 박찬호도 한국야구의 상징적 존재로 흥행몰이에 앞장섰다. 올해 한화는 창단 후 가장 많은 51만9794명의 홈관중 동원했다. 류현진-박찬호가 나오는 날에는 원정경기에서도 환영받는 팀이었다.
그러나 류현진-박찬호에 또 다른 스타선수 장성호까지 빠져나가며 인기 손실도 만만치 않게 됐다. 전국적인 인기 스타는 4번타자 김태균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띄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과거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구단이 될 수도 있다. 한화로서는 오로지 '성적'으로 주목받는 길밖에 없다. 스포츠는 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고, 스타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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