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못했다. 내 책임이 가장 크다. 그리고 선수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야말로 39분 50초를 뒤지다가 마지막 10초를 이겼다. 경기 후 상무 이훈재 감독을 비롯, 주축 선수들 역시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는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상무가 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아마최강전 LG와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박찬희의 위닝샷으로 74-72, 진땀승을 거뒀다.

경기내용을 돌아보면 상무는 LG보다 턴오버 5개를 더하고 어시스트 숫자도 3개가 적었다. 특히 3점슛 23개를 던져 2개 밖에 넣지 못하는 슈팅난조를 겪으면서 내외곽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수비도 흔들렸다. 지역방어와 맨투맨을 번갈아가면서 구사했지만 쉽게 오픈찬스를 내줘 LG에 11개의 3점슛을 얻어맞았다.
그나마 골밑에서 윤호영의 활약으로 우세를 점한 게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윤호영은 35분 이상을 뛰며 13득점 17리바운드 5어시스트 9블록슛을 기록하며 만점활약을 펼쳤다. 이훈재 감독 역시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호영이 덕분이다. 호영이가 골밑에서 잘 버텨주고 리바운드와 블록슛을 해준게 스코어가 많이 벌어지지 않게 한 원인이었다”고 윤호영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문제는 다음 경기다. 상무는 오는 3일 KT와 준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이대로의 경기력이면 절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첫 경기 고전했던 원인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급선무는 조직력을 찾는 것이다. 이날 상무의 모습은 마치 올스타전 같았다. 선수들은 화려했지만 조직력이 받쳐주지 않았고 공수에서 상대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다. 송창무에게 18점을 내줬는데 송창무를 향하는 엔트리 패스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이 미비했다. 더블팀 수비도 로테이션이 되질 않아 곧바로 오픈 3점슛을 얻어맞았다. 공격은 운동능력에 의존한 속공득점이 많았고 세트오펜스에서 나오는 확실한 패턴플레이는 적었다.
수비부터 다시 손을 봐야한다. 이날 상무는 엔트리에 올라온 선수 중 김종근과 안재욱을 제외한 10명이 출장했는데 내외곽 수비가 모두 가능한 차재영과 함누리의 출장시간은 10분 이하였다. 선수기용의 폭이 넓은 만큼, 적극적인 프레스나 변칙수비로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는다면 한층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공격권을 빼앗은 후 서둘러 속공에 임하려다가 역공을 맞았던 부분도 수정해야한다.
공격에선 최악의 슛난조를 겪으면서 흐름이 좋지 않았는데 확실한 타이밍이 아닌 상황에서 시도한 슛이 많았다. 벤치의 움직임과 포인트가드의 경기 조율 미비가 가져온 결과였다. 상대가 외곽을 느슨하게 수비한다고 점프슛을 반복하는 게 아닌 돌파와 스크린으로 수비진을 흔드는 모습이 필요했다. 후반 들어 윤호영이 일대일 공격을 했는데 개인기량이 출중한 만큼 이렇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했다.
이훈재 감독은 “최악의 경기를 했다. 상대 팀을 떠나서 상무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못 보여줬다. 내 책임이 가장 크다. 그리고 선수들도 반성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내용이 안 좋아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다운될 수 있지만 반성하고 또 다른 정신을 발휘하면 얻은 게 많은 경기라고 생각한다”고 다음 경기 선전을 다짐했다.
상무는 대부분의 프로 팀 감독들이 우승후보로 꼽을 만큼 이번 대회서 흥행 중심에 서는 팀이다. 올스타 혹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하며 그만큼 화려하고 재미있는 농구를 펼칠 수 있다. 이 감독의 말처럼 첫 경기 부진이 반등의 초석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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