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톱 배우와 거장 감독들이 까발리는 영화계 뒷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화판'(감독: 허철, 주연: 정지영, 윤진서, 제작: ㈜아우라픽쳐스, 공동제작: 엔터시네마)에서 인터뷰이로 출연한 여배우와 여성 감독들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변영주 감독, 방은진 감독, 배우 윤진서, 김혜수, 문소리, 김아중 등 영화계의 이른바 ‘여성파워’들이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그동안 그 누구도 쉽게 거론하지 못했던 문제를 제기하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선보이는 것.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했지만, 노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출 여배우'가 돼버린 많은 여배우들의 한탄과 고민도 등장한다. 벗지 않으면 진정한 배우가 아니고, 벗으면 ‘노출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버리는 현실.

인터뷰어로 참여한 윤진서는 신체의 일부분을 가르키며 “이 정도는 나와야 격정멜로지”라고 노출을 강요한 제작사에 대한 폭로를 했고, 김혜수는 “배우가 꼭 벗어야만 연기력이 느나?”라고 영화판에 반문한다.
뿐만 아니라 배우 문소리는 “여배우가 젊어야 투자가 잘 들어온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히며 영화인들의 분노를 일으켰으며, 방은진 감독은 “왜 여배우라는 역할은 항상 이슈화 되어야 하고 소모적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화차'의 변영주 감독, '용의자 X' 방은진 감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들은 직접 한자리에 모여 수다를 풀어 놓았다. 자신들은 감싸고 있는 ‘여성 영화인’이라는 굴레가 작품의 흥행여부를 떠나 평생 가지고 가야만 하는 짐과 같은 것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특히 임순례 감독은 “데뷔작을 실패했을 때 남성 감독이 두 번째 기회를 얻는 공백기간과 재생가능성에 비해 여성 감독이 실패했을 때 다시 기회를 얻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고백해 공평하지 못한 영화계의 현실에 대해 전했다.
한편 '영화판'은 '부러진 화살'이 제작되기 전인 2009년. 노장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개탄으로 가득한 정지영 감독과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는 윤진서가 만나 한국영화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나가는 이 다큐멘터리로 오는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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