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야 영광이죠".
KIA의 2013 소방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선동렬 감독은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김진우(29)와 헨리 소사(27)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은 했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스프링캠프에서 시험해보겠다는 것이지 소방수로 기용하겠다고 말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르기 때문이다.
다만 원칙은 하나 정해졌다. 선발투수 가운데 소방수를 발탁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한기주와 최향남을 소방수로 쓰기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한기주는 손바닥 수술을 받아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마흔이 넘은 노장 최향남은 필승조 투수이지 소방수는 아니라는게 선감독의 생각이다.

또 하나의 이유도 있다. 미국과 남미로 건너가 좌완 소방수 후보를 찾아보았지만 당장 30세이브 투수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소사 혹은 앤서니를 포기하기엔 재능이 너무 아깝다. 손에 쥔 패안에서 활용을 생각하다보니 김진우와 소사까지 두 선수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소사의 거취는 아직 유동적이다. 구단은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켰고 재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일본으로 건너갈 수도 있지만 잔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사의 소방수 기용 문제는 걸림돌도 있다. 번트수비 , 퀵모션, 주자견제 등 보완점도 많다. 선 감독이 한번 시험해보겠다는 말은 내년 전지훈련에서 개선의 가능성을 보고나서 결정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왜 김진우가 거론될까. 선 감독은 김진우가 KIA의 토종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행을 앞두고 소방수 전업에 회의적이다. 서재응은 고령과 연투 부담 때문에 전형적인 선발형 투수라고 볼 수 있다. 딱 남은 투수가 김진우 뿐이다. 또 한 명의 외국인 앤서니 르루는 스스로 소방수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다.
아울러 구위도 가장 낫다고 보고 있다. 선 감독은 "올해 구위만 본다면 진우가 팀내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이다"고 평가했다. 높은 평점을 매긴 이유는 첫번째는 구속, 두 번째는 변화구 구사 능력에 두고 있다. 140km대 후반의 스피드를 되찾았다. 폭포수 커브에 직구형 싱커까지 던진다. 변화구의 각이 워낙 예리해 타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순철 수석코치도 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다른 팀 선수들에게 들어보니 KIA 투수 가운데 김진우가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스피드가 좋아진데다 각도 큰 커브와 싱커까지 섞어던지니까 여간 공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구력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작년 4년만에 복귀해 1세이브를 따내긴 했지만 정규리그에서 본격 소방수로 나선 적도 없다. 박빙의 순간을 견디는 멘탈문제도 아직은 검증되지 않았다. 2002년 신인시절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소방수로 발탁받았으나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김진우는 "소방수를 맡겨준다면 무조건 따르겠다. 저에게는 영광이다. 그만큼 저를 좋게 생각하시는 것이 기분 좋다"고 말한다. 2002년 신인시절 플레이오프에서 소방수로 실패했고 제구력 문제도 "이제는 신인때와 다르다. 타자들을 잘 알고 수싸움도 벌일 수 있다. (제구력을 잡기 위해)집중력을 키울 것이다"고 말하면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년 김진우의 행보가 궁금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