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교야구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예전에는 에이스가 4번 타자를 도맡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야구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민(26, KIA), 김광현(24, SK) 등 각 팀이 자랑하는 에이스들이 자선 야구대회에서 야수 아르바이트로 의외의 재능을 보여주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2일 수원야구장에서 벌어진 2012 희망더하기 자선 야구대회. 양 팀의 선수들은 다소 쌀쌀한 날씨에서도 그라운드에 나서는 노고를 아끼지 않으며 구장을 찾은 팬들 앞에 팬서비스를 제대로 해냈다. 무엇보다 재미있던 것은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제압하던 에이스들이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서거나 수비 위치에 나서는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다.
힘없이 물러난 것이 아니라 안타를 만들었을 뿐 더러 범타가 되더라도 나쁘지 않은 타구를 만들어낸 것이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KIA의 우완 에이스 윤석민은 7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2회말 NC 마무리 김진성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려낸 데 이어 4회 2사 2,3루에서는 팀 동료 김진우와 10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대결 끝에 커브에 헛스윙 삼진당했다. 그래도 파울 커트로 김진우를 괴롭히는 모습은 팀의 톱타자 이용규 못지 않았다.

윤석민 뿐만 아니라 김광현도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여줬다. 김광현은 0-5로 뒤진 5회말 무사 2루에서 3루 방면 타구를 때려냈다. 3루수 이여상(한화)이 이를 잡아 1루로 송구했는데 김광현은 빠른 발을 이용해 먼저 1루를 밟았다. 등에는 김광현이라고 쓰여 있는데 뛰는 모습은 이대형(LG)과도 흡사했다. 김광현은 경기 중 1루 베이스 커버 때도 웬만한 준족 야수 못지 않은 주력을 과시했던 바 있다.
김광현의 바통을 이어받은 투수는 올 시즌 홀드 신기록(34홀드)을 세운 팀 동료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6회초 김광현의 대타로 나서 좌익수 방면으로 제법 뻗어나가는 타구를 때려냈으나 좌익수 뜬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그저 힘없이 물러난 타구는 아니었고 재미있는 것은 이 타구를 잡은 좌익수는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었다.

손승락은 약간 주춤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낙구 지점을 포착해 박희수를 범타 처리했다. 앞서 윤석민도 우익수 자리에서 동요하지 않고 뜬공 타구를 처리해내는 센스를 발휘했다. 다만 1루수 ‘알바’에 나섰던 한화 좌완 영건 유창식은 5회말 땅볼을 저글하며 추가 실점 빌미를 제공하는 아쉬움을 샀다.
초겨울 날씨인 만큼 전력으로 뛰는 것은 사실 선수들에게 무리다. 대신 이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올스타전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한 에이스들의 아르바이트는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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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