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제 이 행사 말뚝이야”.(웃음)
선배의 독특한 타격폼과 주루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선배도 “내가 나가서 뛰는 줄 알았다”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 ‘양준혁 도플갱어’가 된 이여상(29, 한화 이글스)의 재치에 수원야구장은 폭소 도가니가 되었다.
2일 수원야구장에서 벌어진 제1회 2012 희망더하기 자선 야구대회.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통일팀이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평화팀을 상대로 6-5 신승을 거둔 가운데 이날 경기의 최고 폭소탄은 이여상에게서 나왔다. 우투우타 내야수 이여상은 7회 좌타석에 들어서 선배 박한이(삼성)의 타격폼을 모사하며 양 팀 덕아웃과 관중석에 웃음을 가져다줬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여상은 바지를 허리 위까지 쭉 끌어올린 뒤 양준혁 특유의 오픈 스탠스로 들어서 방망이를 세웠다. 아는 사람이 보면 모두 박장대소할 만한 ‘도플갱어급’ 모사였다. 내야 땅볼을 때려낸 이여상은 양준혁의 큰 주루 스타일에 1루를 밟으며 세이프를 외치는 모습까지 완벽 재현했다. 양준혁이 다시 현역 복귀했을 정도로 보였을 모습이었다.
경기 후 이여상은 “양준혁, 박한이 선배 모두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분들이다. 그래서 보고 배운 타격폼을 따라했을 뿐”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양준혁 퍼포먼스’에 대해 이번 자선 경기의 주최자인 양준혁은 어떻게 보았을까.
“깜짝 놀랐다. 나는 이여상을 보고 내가 나가는 줄 알았다. 내가 그렇게 뛰는가 싶기도 하고.(웃음) 100점 만점에 99.9점을 주고 싶다”. 유체이탈급 모사에 양준혁도 놀란 기색을 금치 못하며 웃었다.
때마침 이여상이 양준혁의 뒤로 슬며시 다가가 백허그를 시도했다. 양준혁은 이여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 이번 행사 정말 네가 살렸다. 너는 이제 말뚝이야”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행사 단골손님이 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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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