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기 연속 짜릿한 풀세트 승리를 거둔 현대캐피탈이 다시 날개를 폈다. 선수들의 강한 투지가 주된 원동력이었지만 코트 밖에서의 지원도 한 몫을 거들었다. 정태영(52) 현대캐피탈 구단주의 아낌없는 지원과 애정이 그 숨은 동력이다.
정 구단주는 배구단에 애착이 유별난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시로 선수단과 접촉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코트를 찾기도 한다. 모습도 다른 구단주들과는 다르다. 근엄하게 무게를 잡기보다는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경기 자체를 즐긴다.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면 한 경기에도 몇 번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쉴새 없이 박수를 보내는 정 구단주다.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은 프로 원년인 2005년과 이듬해 2006년에 걸쳐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그 후로는 삼성화재에 막혀 한 번도 정상에 서보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두 시즌 동안은 대한항공에도 밀려 연속 3위에 머물렀다. 자존심이 상하는 성적이다.

이에 정 구단주도 팔을 걷어붙였다. 배구단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프로구단 중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서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즌 전에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말하며 선수단 사기를 북돋았다. 열성적인 천안 팬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겨 나온다.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도 했다. 정 구단주는 현대캐피탈이 1라운드 막판 부진에 빠지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정 구단주는 2라운드 첫 경기였던 지난달 28일 대한항공과의 경기 때 천안을 찾았다. 경기 중반 패색이 짙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수단을 응원했다. 결과는 짜릿한 3-2 역전승이었다. 함께 기뻐하는 정 구단주의 진심은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정 구단주는 2일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도 또 모습을 드러냈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주님께서 경기장을 자주 찾으시기는 해도 2경기 연속은 처음이다”라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등장한 정 구단주는 대한항공전과 마찬가지로 관중석에 앉아 변함없는 자세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과 함께 아쉬워하고 선수들과 함께 환호했다.
구단주의 열성에 선수들도 힘을 냈다. 1·3세트를 내주며 고전했던 현대캐피탈은 4세트 중반부터 괴력을 발휘하며 삼성화재의 관록을 눌렀다. 또 한 번의 3-2 역전승이었다. 6000여 명의 만원 관중과 함께 정 구단주도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말보다는 행동하는 구단주의 애정에 현대캐피탈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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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