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영봉패. 이번에는 대만의 고교생 괴물 투수에게 당했다.
한국이 아시아선수권대회 마지막 2경기 모두 영봉패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1일 일본전에서 0-4로 패하며 1999년 이후 13년만의 우승 도전이 좌절된 한국은 유종의 미를 다짐한 2일 대만전에서도 0-7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대패했다. 일본전에서는 대학생과 사회인 투수 3명에게 2안타 1볼넷에 그친 한국 타선은 이날 대만전에서도 산발 3안타에 그쳤다. 이번에는 고교생 투수였다.
대만은 이날 1994년생 고교생 투수 쩡런허(18)를 선발로 등판시켰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도 출전, 6경기에서 3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84로 위력적인 피칭을 펼친 대만 미래의 에이스. 185cm 90kg 당당한 체구에서 150km 강속구를 구사한다.

이미 대회 첫 경기였던 지난달 28일 일본전에서 1-2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대만으로서는 이날 한국전이 중요한 경기였다. 이 중요한 경기에 고교생 투수를 선발로 내세울 만큼 쩡런허에게 남다른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만의 기대대로 한국 타자들은 쩡런허의 구위에 밀려 이렇다 할 찬스조차 만들지 못할 만큼 무기력했다.
1회 시작부터 공 8개로 가볍게 삼자범퇴된 한국 타선은 5회 1사까지 안타는 커녕 볼넷도 얻지 못하며 퍼펙트로 끌려다녔다. 쩡런허는 최고 149km와 평균 140km대 중반의 강속구로 한국 타자들을 압박했다. 여기에 각도 큰 커브를 섞어던지며 타이밍도 빼앗았다. 이영욱(상무)이 2개, 김용의(LG)·최윤석(SK)이 1개씩 삼진을 당했다.
한국은 5회 1사 후 정훈(롯데)이 좌측으로 안타를 날렸으나 무리하게 2루 베이스를 노리다 좌익수 천핀지에 송구에 걸려 태그아웃되며 흐름이 끊겼다. 후속 타자 이영욱은 초구에 우측으로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를 날렸으나 아깝게 폴대를 빗나가는 파울이 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그 사이 대만은 4~5회에만 대거 7득점했다.
한국은 6회에도 첫 타자 이준호(KIA)가 우중간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후속타자 최재훈(두산)의 유격수 앞 병살타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뒤이어 최윤석(SK)의 좌전 안타가 터졌기에 아쉬움 더 짙었다. 쩡런허는 6회까지 산발 3안타를 허용했을 뿐 탈삼진 3개 포함 무사사구 무실점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성인 무대에서도 확실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은 7회부터 등판한 WBC 멤버 쩡카이원-천홍원-린위칭에 막혀 득점은 커녕 안타와 볼넷도 얻지 못했다. 1번타자 오선진(한화)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가운데 2~4번 김용의-정형식(삼성)-고영민(두산) 모두 3타수 무안타. 정훈이 2루타 하나를 쳤을 뿐 상위타선부터 너무 무기력했다. 연이틀 영봉패. 2경기에서 18이닝 동안 5안타와 1볼넷에 그쳤다. 대회 전부터 불안요소로 지적된 타선이 끝내 한국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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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