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만 쇼크', WBC 독한 예방접종 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2.03 06: 50

벌써 올해에만 두 번째로 대만에 당했다.
한국야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제26회 아시아선수권야구대회' 대만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0-7로 완패를 당했다. 1일 일본전 0-4 패배에 이어 연이틀 영봉패다. 한국은 개최국 대만에도 완패, 전적 3승 2패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연소 국가대표인 상대 선발 쩡런허의 호투에 가로막혔지만 마운드 역시 허약했다. 대표팀은 1999년 이후 13년 만에 대회 우승을 노렸지만 미비한 지원, 부족한 선수구성 등 전력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일본전 패배 이후 대만은 반드시 꺾어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한국 대표팀이지만 너무나 무기력했다.

이로써 한국야구는 올해에만 두 번이나 대만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아시아시리즈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스에 0-3으로 패배한데 이어 한 달만에 대만 대표팀에 영봉패를 당한 것이다.
대만은 홈에서 벌어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멤버만 11명을 포함해 호화진용을 갖췄다. 반면 한국은 각 구단에서 1.5군에 해당하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리그 종료 후 일정 때문에 최상의 전력을 갖추긴 힘든 상황이지만 방심을 한 것도 사실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에 패배한 이른바 '도하 참사' 이후 한국은 대만만 만나면 연전연승했다. 반면 대만 야구는 승부조작 스캔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올림픽, WBC 지역예선에서 중국에까지 패배하며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자연히 대만야구에 대한 경계심이 줄었다.
고질적인 리그의 승부조작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대만이지만 국기인 야구에 대한 투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대만은 리그 차원에서 한국에 스카우트를 파견, 미리 대회를 준비했고 결국 라미고의 승리로 이어졌다. 또한 1994년생 신예 쩡런허가 등장하는 등 수준급 선수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아시아시리즈 기간 중 만난 대만야구리그 왕허에민(52) 사무총장은 "한국 야구는 선수들의 기량이나 구단의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 모든 걸 대만 야구는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따라가야 한다"며 한국 야구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대만야구는 리그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을 두 차례 꺾은 대만의 힘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중요한 건 내년 벌어질 WBC다. 현재까지 공개된 WBC 조편성에 따르면 한국은 예선 1라운드에서 대만-네덜란드-호주와 한 조가 됐다. 조 2위까지 예선 2라운드에 진출하는데 여기서는 한국과 대만의 통과가 유력하다. 문제는 2라운드다. 대만-일본-쿠바 등과 한 조를 이뤄 여기서도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결국 대진표 상으로 대만을 잡지 못하면 한국팀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앞선 두 차례 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4강, 준우승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야구 중흥의 발판을 만들었다. 내년 WBC 역시 지역예선 통과가 목표가 아니라 야구 본토인 미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만나게 될 대만을 넘어서야만 한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