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창단에 다시 한 번 암초가 등장했다. 여기에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보이콧을 선언,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제반여건 미성숙을 이유로 10구단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켜 온 이사회지만 지난달 6일 수원시와 KT가 손을 잡고 10구단 추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더 이상 반대표를 던질 명분을 잃었다. 인구 100만 명을 넘는 대도시인 수원시, 그리고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재계 11위인 KT가 야구단 창단에 뛰어들면서 10구단 승인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남은 절차는 KBO 이사회의 승인. 이미 지난 6월 이사회는 10구단 승인을 무산시키며 여론의 된서리를 맞고 KBO에 추진에 관한 모든 절차를 위임한 상황이다. 기존 9개 구단 가운데 원년부터 팀명을 바꾸지 않고 역사를 이어 온 2개 구단이 10구단 창단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사회가 열려 표결에 부친다면 무난하게 통과 될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렇지만 10구단 승인의 장이 되어야 할 이사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흑막에 숨어 이사회 개최 자체를 지연시키는 일부 구단 때문이다. KBO 역시 12월에는 시상식 등 여러 행사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연내에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선수협은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10구단 창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KBO가 10구단 창단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때까지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 KBO 주관 행사에 대해 모두 불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한 2일 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은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에 대한 입장변화는 없다"면서 "더 나아가 내년 리그도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수위를 높였다.
이미 선수협은 지난 6월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논의 무기한 연기 결정에 올스타전과 WBC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결국 이사회는 KBO에 10구단 창단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위임하며 백기를 들었었다. 단체행동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냈던 선수협으로써는 이번에도 '보이콧'을 들고 나오는 게 당연한 순서다.
선수협은 KBO를 정조준하고 있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이사회 소집에 관한 권한은 KBO 총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총재를 최대한 압박해 연내 이사회 개최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선수협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KBO를 향해 있는 선수협의 '가늠쇠'는 과연 정확한 것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알려졌다시피 KBO 구본능 총재는 그 누구보다 10구단 창단에 적극적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권한이 제한적이기에 이사회 개최를 강행할 수만도 없는 위치다. 한 야구 관계자는 "구 총재의 숙원이 임기 내 10구단 창단이다. 이사회를 섣불리 열지 못하는 건 일부 구단의 압력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현재 이사회 개최를 가로막고 있는 건 KBO가 아닌 10구단 창단에 반대하는 기존 구단이다. 선수협의 가늠쇠가 향해야 할 곳은 그쪽이다. 해당 구단을 공개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만약 계속 10구단에 반대할 경우 직접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 불가피하게 프로야구는 9구단 체제로 운영된다. 홀수 팀으로 리그가 짜여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일정 문제로 일부 구단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기에 최대한 빨리 10구단 창단 작업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만약 이 안건이 내년으로 연기된다면 그만큼 불안정하게 리그가 운영되는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협의 외침에 과연 일부 구단, 그리고 KBO가 응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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