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시스템이 처음 실시된 올 시즌 K리그는 강등을 두고 다퉈야했던 하위그룹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출범 이후 30년을 맞이한 K리그 역사상 첫 강등팀의 멍에를 진 두 팀은 상주 상무와 광주FC로 결정됐다. 하지만 44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스플릿 B그룹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했다. 특히 스플릿 B그룹 8개 팀 중 성남 일화와 상주 상무를 제외한 무려 6개 팀이 시즌이 채 끝나기 전에 감독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감독을 교체한 6개 팀 중 5개 팀이 시도민구단이었다.
올 시즌 K리그에 불어 닥친 감독 교체의 삭풍은 강등이라는 현실적인 칼날 앞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와 가시적 효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스플릿 B그룹의 현실을 반영하는 증거였다. 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줄 수 없는 시도민구단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변화의 방향이 감독 교체라는 것을 보여준 증거였다. 본격적인 승강제가 실시되는 2013시즌, 감독 교체의 매서운 바람이 또다시 K리그에 불지 말라는 법이 없는 이유다.
▲ 개막 한 달만에 감독 바뀐 인천, 감독 교체 삭풍 '시발탄'

가장 먼저 감독 교체의 삭풍이 불어온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인천은 지난 4월 11일 광주FC와 경기서 허정무 감독의 고별전을 치렀다. 개막 한 달 만이자 불과 7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다. 지난 해의 부진이 이어지자 부담감을 느낀 데다 시즌 개막 전부터 선수단은 물론 구단 직원들에게까지 급여를 지불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구단 외부에서 허 감독의 문제로 몰아가면서 생긴 일이었다. 허 감독이 자진 사퇴를 결정하면서 인천은 김봉길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수행, 초반 부진에서 서서히 탈피하며 저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김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면서 인천의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 강원, 성적 부진과 갈등이 맞물린 씁쓸한 '굿바이'
인천의 바통을 이어받은 팀은 강원FC였다. 강원은 지난 7월 1일, 김상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전원 사퇴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경남전에서 패하며 리그 최하위인 16위로 추락한 강원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에 물었고, 이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했다. 말은 사퇴지만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었다. 이 과정에서 남종현 강원 사장의 월권행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갈등의 흔적이 여기저기 드러났고, 김 감독이 물러난 강원의 사령탑은 김학범 전 성남 감독이 맡아 꾸려나가게 됐다.
▲ 전남, 감독 교체 직격탄 맞은 유일한 기업구단
스플릿 라운드가 다가오자 감독 교체의 서슬은 더욱 퍼래졌다. 기업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부진으로 하위권을 머물고 있던 전남 드래곤즈도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규리그 26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5승 8무 13패로 리그 15위에 머물렀던 전남은 8월 10일 정해성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고 후임으로 하석주 아주대 감독을 선임했다. 감독 교체 효과일까, 마지막까지 강등권 싸움을 벌이던 전남은 42라운드에서 감격적으로 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다.
▲ 살기 위해 모아시르 감독 떠나보낸 대구
대구는 재정적 문제로 인해 페레이라 모아시르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비록 목표로 했던 스플릿 A그룹 진출은 실패했으나 단 한 번도 강등의 위협에 시달리지 않고 인천과 함께 B그룹 선두를 유지하면서 대구의 패배의식을 걷어낸 모아시르 감독은 구단과 팬 모두에게 사랑받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대구의 재정상태로는 모아시르 감독과 함께 브라질에서 날아온 코칭스태프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모아시르 감독 대신 당성증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선택했다.
▲ 다음 시즌에 대한 두려움, 대전의 감독 교체 불렀다
대전의 경우는 내외부적 문제가 맞물렸다. 올 시즌 대전은 부침이 유독 심했다. 부진할 땐 밑도 끝도 없이 부진했고 잘 나갈 때는 무서울 정도로 잘 나갔다. 하지만 시즌 막판까지 뒷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강등권에서 맴돌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기복이 심하고 불안정한 성적은 대전 구단이 유상철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자력으로 리그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전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위치에서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42라운드 광주전과 43라운드 전남전에서 연달아 무승부와 패배를 기록하며 어부지리로 씁쓸한 잔류의 혜택을 안았다. 구단으로서는 당장 2팀이 더 강등되는 다음 시즌에 대한 걱정이 컸을 수밖에 없다. 당초 시즌이 종료된 후 알리려고 했던 재계약 포기 사실이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둔 가운데 퍼져나가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지만 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는 법. 결국 대전은 유 감독과 재계약 포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후임에 김인완 부산 아이파크 코치를 내정했다.
▲ K리그 최초의 강등팀 광주, 또 하나의 갈등이 부른 이별
비정한 감독 교체 삭풍이 마지막으로 훑고 지나간 곳은 광주였다. 광주는 43라운드 대구전 패배로 강등이 확정됐고, 이에 최만희 감독이 “책임을 지겠다”며 최종 라운드가 끝난 후 자진사퇴했다. 지난해 신생팀인 광주를 이끌고 30경기서 9승 8무 13패 승점 35점을 기록, 리그 11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지만, 시즌 종료 직후 주축 선수들의 이적을 막지 못했다. 이렇다 할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결국 강등되고만 현실에 대한 책임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사퇴 뒤에는 단순히 성적 부진과 강등이라는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 박병모 단장을 맹비난했을 정도로 오해와 불화가 깊었고, 이러한 점이 사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아직 광주의 신임 감독은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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