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에서 극과 극을 보이며 무패 행진의 돌풍을 일으킨 인천 유나이티드와 추락한 명가 성남 일화가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경기를 끝으로 2012-2013시즌 K리그는 모두 막을 내렸다. 올 시즌은 강등 제도의 원년으로 스플릿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한 해였다.
스플릿 A그룹에서는 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2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FC 서울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B그룹에서는 전혀 다른 동기부여로 상반된 행보를 보인 인천과 성남에 눈과 귀가 쏠렸다. 두 팀은 동기부여에서 발생되는 강인한 정신력이 프로의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강인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보여준 인천의 놀라운 행보는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 반면 성남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 '우승후보' 성남, 날개 꺾인 명가의 추락

두 팀은 출발선부터 달랐다. 성남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경남의 중원사령관이었던 윤빛가람을 20억 원의 거액을 들여 데려왔다. 여기에 '한페르시' 한상운과 요반치치-에벨톤-에벨찡요를 영입하며 판타스틱4로 불리는 최고의 공격진을 구축했다. 대전에서 알짜배기 미드필더 김성준도 영입하며 스쿼드의 양과 질을 높인 성남은 2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탈환과 함께 K리그 정상의 꿈을 꿨다.
꿈은 난망했다.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며 추락을 거듭했다. 설상가상 시즌 도중 한상운-요반치치-에벨찡요가 팀을 떠났다. 날개가 꺾인 성남은 당연시 여겼던 A그룹의 티켓을 따내지 못하며 동기부여를 잃었다. A그룹에 있어야 할 성남은 B그룹에서 좀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시즌 최종전까지 홈 13경기 연속 무승(4무 9패)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며 홈팬들의 원성을 샀다. 명가를 자처하던 성남의 최종 성적은 12위였다.
▲ 강등권 후보에서 19G 무패행진까지, 인천의 화려한 변신
반면 인천은 달랐다. 2010 남아공월드컵서 한국을 사상 첫 원정 16강행으로 이끈 허정무 감독의 체제 하에 설기현-김남일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과 이보-번즈 등 수준급 외인을 영입하며 돌풍을 꿈꿨다.
승리는 요원했다. 개막전을 비롯해 3연패를 당한 인천은 대전전 승리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했지만 이후 12경기 연속(7무 5패) 승리를 올리지 못하며 홍역을 치렀다.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허정무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며 충격을 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에 이어 서포터즈 그라운드 난입 사건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무관중 경기를 치르며 적잖은 곤욕을 치렀다.
후임 김봉길 감독이 난파 직전이던 인천의 지휘봉을 잡으며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지만 9경기 연속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그 누구도 인천의 화려한 부활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마법이 시작됐다. 보란듯이 5연승을 기록하며 그룹A행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스플릿 시스템 적용 전 마지막 경기서 제주와 비기며 그룹A행에 아쉽게 실패했다.

동기부여를 잃을 만도 했지만 그룹B 선두 수성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슴에 품었다. 거침이 없었다. 지난 8월 4일 이후 19경기 연속 무패행진(12승 7무, 상주전 기권승 2승 포함)을 내달렸다. 감독, 선수, 팬, 프런트는 하나로 똘똘 뭉쳐 10위 대구에 승점 6점 차로 앞서며 그룹B 선두를 확정지었다. 내용, 결과, 팬심을 모두 잡는 놀라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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