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왜 보이콧 강경책 꺼내들었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03 06: 49

타이밍을 놓치면 시장 확대까지 걸리는 시일은 그보다 훨씬 더 길어진다. 결국 홀수 구단 파행 체제로의 운용 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마련. 한국 프로야구 선수 협의회(이하 선수협)가 골든글러브 시상식 및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보이콧을 선언하며 강력한 배수진을 쳤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수원야구장에서 열린 2012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10구단 창단을 위한 KBO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오는 11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올 시즌 MVP이자 강력한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인 박병호(26, 넥센)도 ”선수협이 보이콧을 결정한다면 따르겠다“라는 뜻을 비췄다. 선수로서 첫 영광의 자리를 생략할 수도 있다는 비장함이 담겼다.
선수협 측이 10구단 창단 이사회 승인과 관련해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7월. 당시 선수협은 올스타전 보이콧을 철회하는 대신 “조속한 10구단 창단 승인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리그 불참 등으로 일치단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스타전 보이콧 철회에는 이사회가 10구단 창단과 관련한 권한을 구본능 KBO 총재에게 위임한다는 데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절차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재 권한도 소용이 없는 일. 수원시와 전라북도가 10구단 창단 의향을 비췄고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도 꼽혔던, 재계 순위 11위의 KT가 확실한 뜻을 비췄으나 이사회 자체가 열리지 않아 답보상태에 빠졌다.
시일이 미뤄진다면 10구단의 기본 틀 자체를 꾸리는 것도 훨씬 뒤로 미뤄진다. 스카우트팀을 구축해 유망주들을 지켜보고 선수 수급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 데 이미 이는 8월 말 이사회 개최 마지노선을 넘어가며 조속한 창단 작업은 어려워졌다. 재야 야구인들의 재취업 과정이 이어지는 비시즌 11월을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경기력 균형 차원에서 신생팀이 올해 NC처럼 한 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보내는 계획을 감안하면 현재로서 빨라야 10구단의 1군 참가는 2015년이다.
홀수 구단 체제로 인한 리그 일정 파행 운용은 선수단은 물론 팬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2013년 일정에 있어 롯데는 3연전을 쉬고 일정 돌입하는 팀과의 격돌이 12차례로 가장 많다. 가뜩이나 이동거리가 가장 긴 팀이 설상가상의 형국에 빠지게 되며 두 번째로는 한화가 8차례에 달한다. 2년 연속 통합 우승의 주인공 삼성은 단 한 차례에 불과, 일정 형평성에서 벌써부터 극심한 차이가 난다. 경기력에서 현저한 차이가 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팬들도 짝수 구단 체제에서 야구 몰입도가 떨어지게 마련. 공서영 XTM 아나운서는 “팬으로서 야구의 매력은 일주일 중 6일을 규칙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속성이 깨진다면 팬들이 과연 야구를 얼마나 즐겁게 누릴 수 있을 지 염려스럽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휴식기까지 포함해 9개 구단이 원투 펀치 만으로 1주일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간도 생긴다. 야구 보는 재미 자체가 떨어지는 싱거운 리그가 될 수 있다. 선수협이 조속한 10구단 창단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프로야구단은 재벌의 전유물이라 반대한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8개 구단 체제로의 회귀’를 노린다는 이야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물론 구단들은 이 소문들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 프로야구단은 재벌 총수들만이 갖고 있는 최고급 컨트리클럽 회원권이 아니다. 모기업의 비중이 큰 국내 리그인 만큼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지만 프로야구는 선수라는 일꾼이 밭을 정성껏 일구고 팬 사랑이라는 영양분이 키우는 소중한 농작물과도 같다. 밭 하나를 더 내기 싫어서 새 작물이 자라날 자리를 그저 덮어버리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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