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스플릿 A, B그룹 시스템이 적용된 2012시즌. 서울과 전북, 포항, 수원, 울산 등 K리그의 대표적 강호 5팀과 함께 상위리그행 티켓을 잡은 주인공들은 제주와 부산, 경남이었다. 2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었으니 긍정적인 평가는 당연하다. 그러나 최종 순위에 대해 각 팀들이 갖는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특히 ‘방울뱀’ 축구로 시즌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제주의 경우 6위라는 최종 순위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한 해였다.
▲ 용두사미로 끝난 방울뱀의 꿈
제주의 올 시즌 모토는 높은 볼점유율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의 숨통을 끊는 방울뱀 축구였다. 출발은 상당히 좋았다. 초반 3경기에서 1승 1무 1패에 그쳤지만 수원전 2-1 역전승을 시작으로 11경기에서 7승 3무 1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이 때까지만 보면 제주의 K리그 대권 도전도 꿈이 아닌 듯 했다. 최전방에 자일(18골 9도움), 산토스(14골 11도움), 서동현(12골 3도움), 중원에는 프랑스리그에서 돌아온 송진형, 수비라인에는 국가대표 센터백 홍정호가 버티며 멤버들의 경쟁력 또한 뛰어났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제주의 꿈은 아쉽게도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

무엇보다 주전들의 부상공백이 아쉬웠다. 거의 매경기 공격포인트를 가동하며 펄펄 날았던 ‘삼바 특급’ 산토스가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해야 했고, 홍정호 역시 리그 초반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지만, 한 번 페이스가 떨어진 제주는 리그 최종 6위와 FA컵 4강 탈락이라는 성적과 함께 AFC챔피언스리그 티켓마저 놓치며 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제주는 박경훈 감독 스스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며 우리가 왜 어웨이 성적이 좋이 않은지 연구해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원정(3승 12무 7패)에서 유독 약했던 게 발목을 잡았다.
▲ 부산,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자산” 위안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부산은 올 시즌 44경기에서 13승을 거두며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상위 스플릿 A그룹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하지만 나름 평타는 쳤다. 특히 강력한 수비를 앞세워 완성한 특유의 짠물 축구는 ‘안익수의 부산’을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만들며 컬러를 확실시했다.
반면 경기당 0.90골로 상주를 제외한 K리그 15팀 중 유일하게 경기당 1골 고지도 넘지 못한, 빈약하기 짝이 없었던 공격력은 시즌 내내 부산의 발목을 잡았다. 무득점 경기가 44경기 중 17번이나 되는 가운데, 2경기 이상 무득점을 기록한 게 5번이나 된다. 올 시즌 1골 넣기가 참 들었던 부산이었다.
그러나 안익수 감독은 실망 대신 희망을 얘기했다. 상위 스플릿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연이어 가졌던 경기 경험들이 선수들에게는 분명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데 있어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안익수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시즌 6위, 그리고 올 시즌 7위를 기록한 부산이다. 안 감독의 말처럼 올 시즌의 값진 경험들이 내년에는 어떻게든 성적 반등을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6강이나 상위 8강에 들었다고 자위하기엔 부산의 이름값이 작지 않다.
▲ 해피&새드엔딩 모두 맛본 경남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된 올 시즌 경남의 극적인 상위리그행 드라마는 강원의 1부 잔류와 함께 최고의 드라마로 꼽힌다. 마지막 30라운드를 앞두고 인천에 승점 2점이 뒤졌던 경남은 운명의 최종전에서 최현연의 결승골을 앞세워 광주를 2-1로 제압, 인천을 골득실차로 제치며 극적으로 A그룹 막차를 탔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성남, 전남, 인천 등 나름의 강호들을 제치고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경남이었고 A그룹에서 가진 14경기는 사실상 보너스였다.
반면 경남의 올 시즌은 리그보다도 FA컵 우승을 놓친 게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승승장구하며 포항과 결승에서 만난 경남은 적지인 스틸야드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FA컵 우승을 통해 타이틀을 거머쥐고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렸던 경남으로서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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