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이 끝났다. 치열했던 훈련 속에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선수들도 있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훈련 MVP’로 뽑힌 문승원(23)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마무리훈련을 돌아보면서 “어린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 모습이 희망적이었다”고 기뻐했다. SK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선수들의 잠재력을 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마운드에서는 우완 문승원에 주목했다. 이 감독은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를 거치며 가장 성장한 선수 중 하나다”고 평가했다.
배명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문승원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에 1라운드 1순위(전체 8순위)로 지명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대학 진학 후 기량이 급상승했다. 그만큼 아직 성장의 여지가 큰 선수다. 배짱 있는 투구도 강점으로 손꼽힌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뽑은 차세대 선발 자원이다. 1억8000만 원의 계약금이 말해주듯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첫 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배들을 넘어설 만한 무기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그 결과 1군에서는 고작 2경기 출전에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는 15경기에서 나가 3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데는 실패한 2012년이었다.
하지만 이번 마무리캠프를 통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키우고 있다. 젊은 투수들 중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투수 부문 MVP에 선정됐다. 문승원을 직접 지켜본 성준 SK 투수 코치는 “타자를 상대할 때 홈 플레이트 곳곳을 사용하는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제구가 좋아졌고 승부처에서의 과감함이 돋보였다는 뜻이다.
적극성의 향상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급 투수들은 도망다니기 바쁜 경우가 많다.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승원은 그렇지 않다는 게 성 코치의 설명이다. 성 코치는 “게임을 스스로 리드하는 능력이 발전했다. 팀으로서는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SK 마운드는 몇몇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건재해 보인다. 김광현 송은범 엄정욱 등 부상에 시달렸던 선수들이 건강을 유지한다면 다음 시즌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은 더딘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승원이 1라운드 지명자의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문승원이 예비 자원을 넘어 주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