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최고의 토종 라이트 공격수로 군림했던 박철우(27, 199㎝)를 영입하면서 “삼성화재에 녹아들려면 3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도 신 감독의 평가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삼성화재의 고민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박철우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계속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성적도 저조하다. 박철우는 3일 현재 8경기에 나서 97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공격 성공률은 44.51%로 8위에 머물러있다. 토종 ‘빅4’로 뽑히는 문성민(현대캐피탈·51.6%) 김학민(대한항공·48.24%) 김요한(LIG손해보험·46.51%)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이다.
이를 바라보는 신 감독의 평가는 얼음장처럼 냉정하다.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신 감독은 “경기 기복이 심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철우의 초반 부진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체력적인 부분이다. 박철우는 기흉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 부담이 크다. 신 감독은 “그 스스로 체력에 별로 자신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감의 결여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심리적인 측면으로 이어진다.
세터 유광우와의 호흡도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박철우는 현대캐피탈 시절 권영민과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그러나 발목 부상 후유증이 있는 유광우와는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신 감독은 “유광우가 발목 문제 때문에 백토스 스냅 자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서로 불안해 하는 측면이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박철우로서는 이중고다.
하지만 삼성화재에 박철우의 몫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박철우가 무너지면 삼성화재도 같이 무너진다. 2일 천안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박철우가 부진하자 주포인 외국인 선수 레오에 과부하가 걸렸다. 그러자 현대캐피탈 블로커들도 박철우보다는 레오에 집중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날 박철우의 공격 점유율은 15%에 불과했다.
신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박철우에 더 많은 쓴소리를 하는 경향도 있다. 신 감독은 “우리가 경기를 잘할 때는 대부분 박철우의 활약이 좋다”라고 하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에 지며 무패 행진이 끊겼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찾아온 위기다. 다시 날아오르는 박철우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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