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목동 전광판에서 알파벳을 볼 일이 없을까.
넥센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목동구장 전광판은 사사구가 두자릿수가 되면 알파벳으로 표시된다. 넥센은 올 시즌 여러번 한 경기 두자릿수의 사사구를 내줘 알파벳을 전광판에 찍으며 코치진의 속을 썩였다.
올해 넥센은 선수들의 제구 난조로 총 535개의 볼넷을 내줘 팀 볼넷 최다 1위를 기록했다. 2위 두산(439개)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그러나 넥센은 삼진도 853개를 잡아 팀 탈삼진에서 한화(936개), 삼성(885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가능성 있는 투수는 많다.

일단 구속 145km을 넘나드는 볼 빠른 선수가 많다. 강윤구, 김영민, 장효훈, 김상수, 배힘찬에 150km를 던지는 것으로 알려진 신인 조상우 등 투수 자원의 천국이다. 볼 빠른 투수들의 특징은 제구가 조금만 잡혀도 '에이스 모드'가 되지만 제구에 실패하면 전혀 강속구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제구는 넥센의 풀지 못할 숙제처럼 보였다.
넥센의 젊은 투수들이 바뀔 수 있을까. 새로 부임한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는 최상덕 투수코치, 김수경 불펜코치와 함께 이번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서 하체 강화 훈련에 중점을 뒀다. 하체 밸런스를 키우면 릴리스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코치는 "구속도 좋지만 일정하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선수들이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안 것 같다. 당장 바뀌는 것보다 자기가 스스로 깨달았다는 점이 이번 훈련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마무리 훈련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코치가 개인적으로 가장 큰 기대감을 드러낸 투수는 우완 김상수다. 김상수는 올 시즌 초반 넥센의 필승조로 뛰었지만 역시나 그의 발목을 잡은 제구 문제로 후반 난조를 보였다. 이 코치는 "개인적으로 내년에 가장 많이 바뀔 것 같은 투수다. 훈련을 가장 잘 이해하고 따라왔다"고 말했다.
김상수 역시 "코치님과 컨트롤과 하체 사용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스스로 어떤 공이 좋은 공인지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느낀 게 많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마무리 훈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다른 투수들 역시 어느 때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는 것이 투수코치진의 평가다. 올 시즌 가을야구를 맛볼 뻔 했으나 실패한 넥센. 그 안에는 아직 미성숙한 투수진의 경기 운영 실패도 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 겨울 혹독한 훈련을 맛본 넥센의 투수들이 볼넷 대신 탈삼진으로 명성을 날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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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 중 김상수가 코치진과 함께 하체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