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구단들이 9구단 체제가 가져오는 문제를 절감, 10구단 창단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인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오는 6일 단장회의를 통해 2013시즌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KBO는 지난달 30일 2013시즌 프로야구 일정을 발표했다. 사상 처음으로 9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한 팀은 3연전을 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발표된 일정이 특정 팀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흥행을 위해 주말 잠실과 사직 경기를 집중적으로 편성한 탓에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롯데는 3연전을 쉰 팀과 12번을 맞붙다, 반면 우승팀 삼성은 3연전을 쉰 팀과 단 한 번만 붙는다. 롯데 외에 잠실구장이 홈인 두산도 불리한 처지인데 3연전을 쉴 팀과 대결하는 횟수까지 포함하면 두산이 19번, 롯데는 15번이다. 3연전을 쉰 팀과 맞붙을 경우 상대팀의 상위 선발투수를 만날 가능성이 높고, 3연전을 쉴 팀과 붙으면 상대팀이 불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
결국 롯데 구단은 2013시즌 일정에 불만을 표하며 공식 항의에 나섰다. 롯데는 KBO에 공개항의서를 제출했는데 항의서에 5개 항목으로 '1. KBO는 2013년 프로야구 경기일정과 관련하여 최종 확정에 앞서 9개 구단의 유 불리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쳤습니까? 2. 검증절차를 거쳤다면 어떠한 방법과 절차를 통하여 공정성을 확인했는지에 대하여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까? 3. 특정구단은 2-4일간 휴식을 취한 구단과 12차례, 다른 특정구단은 단 한차례 배정돼 있는데 이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정하다는 판단이라면 그에 따른 근거를 제시하십시오. 4. 경기일정의 공정성에 대하여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사유는 무엇입니까? 5. 향후 경기일정의 재조정 여부에 대한 KBO의 구체적인 입장은 무엇입니까?'를 제시했다.
KBO는 롯데 구단의 항의를 받아들여 ‘재논의를 통해 결정될 일정에 대해 구단들이 더 이상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전제로 다시 2013시즌 일정을 만든다. 하지만 완벽한 일정을 짜기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 만들어질 일정에서도 어느 팀은 3연전을 쉰 팀·3연전을 쉴 팀과 더 많이 만날 것이다.
일정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9구단 체제에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존 몇몇 구단은 일정 문제의 확실한 해결책인 10구단 체제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불합리한 일정의 주인공이 된 롯데는 이전부터 현재 한국 프로야구 규모에선 10구단 체제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롯데는 아홉 번째 구단 NC의 창단과 1군 진입 시기에 관해서도 꾸준히 반대입장을 고수했었다. 30일 발표된 일정표에서 롯데는 3연전을 쉰 NC와 다섯 번이나 맞붙었었다.
그동안 각 구단의 대표와 단장들은 중대한 안건에 지나치게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지난 2년 동안 NC가 창단되고 10구단 체제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들의 대응은 언제나 늦었다. NC의 2013시즌 1군 진입 허용으로 9구단 체제의 불합리함이 드러날 것이 뻔했는데도 10구단 체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상적으로 이사회가 진행됐다면 2011년 NC의 창단과 동시에 10구단 체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지만 그 누구도 10구단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이제 기존 구단들도 직접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6일 단장회의에서 KBO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일정을 만들겠지만 9구단 체제가 얼마나 기형적인지는 시즌이 시작되기에 앞서 실감해봐야 한다.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12월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승인이 이뤄진다면 9구단 체제는 2년 만에 끝나고 곧바로 수원과 전북의 10구단 경쟁이 열린다. 이미 선수협회는 10구단 창단 승인을 조건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WBC 보이콧을 선언했다. 기존 구단들이 움직여야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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