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학교2013’, 돋보이지 않아도 명성에 걸맞았다
OSEN 조신영 기자
발행 2012.12.04 07: 59

누구도 말할 수 없었던 학교의 현실을 제대로 그려냈다. 세련된 드라마적 장치나 돋보이는 주연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학교’ 시리즈 명성에 걸 맞는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첫 방송된 KBS 2TV 월화극 ‘학교 2013’(극본 이현주/ 고정원, 연출 이민홍/ 이응복)은 기간제 교사 정인재(장나라)가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의 담임교사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적나라한 학교의 현실을 그려냈다.
이날 방송의 핵심은 말 그대로 2013년에 마주하고 있는 학교의 현장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 감추고 싶은 학생과 알려고 하지 않는 선생님,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학교마저 정글로 만들어 버린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등교시간 교문 앞 학생들이 담배 피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개학 첫날부터 택시를 탔다고 말하는 정인재와, 그런 그에게 “적당히 모른 채 해주면 된다”고 말하는 선생 유난희(오영실). 특히 2학년 2반의 고순남(이종석)과 문제아 오정호(곽정욱)의 대립구도로 방송 내내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한편으론 그들의 감춰진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돈을 빌려달라는 구실을 통해 학우에게 돈을 갈취하는 오정호를 통해 보여준 학교 폭력의 수준은 말 그대로 리얼했고, 귀찮은 일이라며 회장과 부회장을 맡지 않으려고 애쓰는 학생들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라진 학교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또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고순남을 통해서 무너진 가정으로 인해 고달픈 10대의 현실도 짚었다.
특히 담배사건으로 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고순남과 오정호를 위해 당당하게 학생부장에게 “학교가 그렇게 허술합니까?”라고 말하는 담임 정인재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 거리를 던졌다. 자신에게 반항하는 오정호를 바라보는 정인재는 우려 섞인 다른 선생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일단 아이와 얘기를 해 보겠다”고 말하는 등 조금은 어리숙하지만 진정한 선생의 모습을 감지하게 만들며 ‘우리는 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끝엔 어떤 얘기와 희망이 있을지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교장 취임 6개월이 된 임정수(박해미)의 ‘명품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가 선포됨과 동시에 인성교육 없이 오로지 성적만이 우선인 현 실상의 학교 현장이 그려질 것임에 분명했고, 여기에 강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스타강사 강세찬(최다니엘)이 불법 고액과외로 재능기부를 하게 되면서 승리고등학교로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져 학교와 학원, 공존하지만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현실도 그려낼 것임이 예상됐다.     
공유, 양동근, 조인성, 임수정 등 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학교’ 시리즈의 부활로 화제를 모았던 ‘학교 2013’은 첫 방송을 통해 무너진 교단과 고단한 10대, 그리고 학교마저 정글로 만들어버린 현 시점의 학교를 리얼하다 못해 처절함까지 느끼게 하며 여느 다큐멘터리나 사회고발 프로그램보다 더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했다. 결국 허를 찌르는 제작진의 선택은 KBS가 자부심을 가지고 시리즈를 이어왔던 ‘학교’의 명성에 걸 맞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를 보는 듯 생생한 학교현장을 담아냈다”,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아프기도 함. 땅에 떨어진 교권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가 다니게 될 학교가 심히 걱정 된다”, “실제로 저런 학생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 “학생으로서 많은 공감이 된다. 대박이다. 부디 대선후보자들이나 교육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서 많은 걸 깨닫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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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3'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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