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가 오늘날 '국민타자' 닉네임을 얻기까지에는 아내의 내조와 절친한 지기의 우정이 풍성한 밑거름 역할을 했다.
지난 3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는 이승엽 편 두 번재 편이 방송된 가운데, 아내 이송정과 12년 지기 김제동이 이승엽과 쌓은 사랑과 우정의 과정이 전파를 탔다.
이날 이승엽은 국내 최고의 타자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요미우리 구단 2군을 전전하기까지 낙폭이 컸던 야구 인생을 털어놨다. 3번 타자가 익숙했던 그가 8번으로 밀려나기까지 겪은 수모와 숨쉬기 힘들었던 구단의 문화, 외국인 선수로 일본 자국 선수들과 융화가 쉽지 않았던 경험 등이 이날 이승엽이 밝힌 일본에서의 부진의 이유였다.

한때 자신의 이름을 딴 막걸리와 도시락이 출시되고 캐릭터 용품까지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누렸기에 이승엽이 느낀 허탈감은 더욱 크게 느껴졌고 2군으로 내려가라는 타격 코치의 말은 위협으로 다가오기까지 했다. 그는 당시의 심정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지만 성적이 떨어지자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았다"고 표현하며 극심했던 고통을 털어놨다.
이때 이승엽을 위로한 건 아내 이송정의 조용한 내조였다. 이승엽은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다는 말에 아내가 존중한다며 편한대로 결정하라고 했다"고 밝히는 것으로 이후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됐음을 밝혔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에 다시 둥지를 튼 그는 이번 시즌 MVP를 타는 등 기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승엽이 이처럼 아내의 내조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지난 2002년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두 사람이 함께 모델로 선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송정이 마음에 들었던 이승엽은 연락처를 알아내 구애하기 시작했고 2년 후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결혼을 결심한 것에 대해 이송정은 "너무 순진하고 용감했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많이 어렸지만 나도 많이 좋아했었다"며 과감한 결정을 하기까지 가장 큰 이유가 됐던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와 1년에 절반 이상 남편과 떨어져 지낸 외로움과, 이승엽이 겪은 부침을 말없이 지켜보며 느낀 아픔을 책을 읽으며 홀로 해소했음을 밝혔다. 이송정은 "마땅히 물어 볼 때가 없었는데 (남편이) 힘들어하면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심리학 책을 찾아봤다. (나는)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편안하게 해줬다"며 내조의 비법을 공개했다.
이송정은 이날 다시 태어나도 이승엽과 결혼하고 싶은 지를 묻는 질문에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10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주변의 기대에 긴장된 삶을 살았던 시간이 힘들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MC 이경규의 말처럼 유명인의 아내이기에 시장에서 가격 한 번 제대로 깎지 못하고 얼굴엔 미소를 띠어야 하는 등 행동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던 게 이송정의 결혼생활이었기 때문.
하지만 남편이 경기 할 때면 구장을 찾아 조리는 마음으로 소리 없이 응원하고, 또 그와 같은 아내의 모습에 힘을 얻는다고 밝힌 이승엽의 모습은 10년 세월 동안 조용히 쌓인 부부 사이의 깊은 믿음과 신뢰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김제동의 무명 시절을 허투로 대하지 않고 그가 가진 재능을 알아보며 경조사를 챙기는 등 깊은 우정을 쌓은 이승엽의 믿음직스러운 행동은 두 사람의 오늘을 있게 만든 과거의 의미 있는 한 자락. 여기에 무뚝뚝한 이승엽을 옆에서 살뜰히 챙기며 이송정과의 사이에서 사랑의 메신저가 돼 준 김제동의 센스 역시 두 사람이 쌓은 12년 우정의 진한 맛을 드러내는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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