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후 선수는 코뼈에 금이 가 호흡과 대화에 어려움이 있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만큼 힘들었음에도 매치업 상대의 기를 연달아 꺾는 블록슛 능력을 보여줬다. 원주 동부 트리플 타워의 축으로 활약하다 상무 복무 중인 포워드 윤호영(27, 197cm)의 투혼이 돋보였다.
윤호영은 지난 3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 부산 KT와의 8강 경기에서 17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6블록슛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센터진에서 김명훈의 부상과 하재필의 컨디션 저하로 마땅한 골밑 지킴이가 없던 상황에서 윤호영은 언더사이즈 빅맨 노릇을 하면서 골밑을 제대로 지켰다.
특히 지난 10월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슈퍼루키 장재석(22, 203cm)의 예봉을 꺾었다는 점에서 윤호영의 수훈은 더욱 빛났다. 신체 조건 면에서 장재석이 우위에 있었으나 윤호영이 제대로 된 박스 아웃과 함께 장재석의 페이크 모션에 현혹되지 않는 수비력을 보인 덕택에 상무가 아마추어팀으로는 유일하게 최강전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김주성-로드 벤슨(LG)과 함께 원주 동부 수비의 삼각 편대를 이루던 선수 다운 활약이었다.

그런데 이 윤호영도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뛰었다는 점은 더욱 값졌다. 윤호영은 지난 1일 LG와의 1회전에서 백인선과 경합 도중 코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따라서 정상적인 호흡과 대화가 어려운 만큼 8강전이 끝난 후 “인터뷰가 어렵다. 죄송하다”는 뜻을 비춘 바 있다. 상무의 공식경기 81연승을 이끈 주역의 부상 투혼이었다.
경기 후 이훈재 감독 또한 윤호영에 대해 “내 욕심으로 인해 호영이가 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도 출장을 하고 있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상무가 프로 선수들의 병역 의무 해결을 위해 큰 역할을 하는 팀이지만 어쨌든 상무도 팀 승리가 필요한 팀이다. 전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내세우는 상무의 모토 ‘수사불패(雖死不敗-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 정신으로 무장한 윤호영의 투혼이 빛난 3일 KT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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