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와 류현진의 연봉 협상에 이상 기류가 흐르는 것일까.
'괴물' 류현진(25)과 연봉 협상 마감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LA 다저스가 압박을 시작했다.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윈터미팅이 시작된 가운데 다저스 네드 콜레티 단장은 "지금처럼 협상이 늦는다면 류현진과 계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LA 타임스'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먼저 알려졌고, '야후스포츠' 등에서 후속 기사를 내고 있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지만 일말의 불안감도 있다. 다저스는 지난달 류현진에게 2573만7737달러33센트라는 최고 입찰액을 써내며 30일간의 단독 협상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최소 3선발급 투수다. 일본에서 뛰었더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며 "다저스가 합당한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다저스 구단에 기선제압했다.

이에 다저스도 "류현진과 계약은 윈터미팅 이후로 미루겠다"고 맞대응하며 협상은 정중동 상태로 흘렀다. 류현진은 이미 지난달 14일 미국으로 출국, 보라스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개인훈련 중이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와 만나 점심 식사를 하고,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NBA 경기도 관람했다. 하지만 계약 마감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도 이렇다 할 협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저스는 FA 투수 최대어 잭 그레인키 영입에 혈안이 돼 류현진에게 많은 신경을 쓸 수 없다. 류현진과 계약 협상이 느려지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보라스측에서 협상을 오래 끌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보라스는 지난 2006년말에도 일본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에이전트를 맡아 보스턴 레드삭스와 협상을 진행했고, 협상 마지막 날 마쓰자카 본인의 요구에 가까스로 도장을 찍은 바 있다.
LA 타임스, ESPN 등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류현진의 몸값으로 포스팅 금액과 비슷한 총액 2500만 달러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 보라스는 류현진을 같은 왼손 투수 마크 벌리(토론토)와 비교하고 있는데 벌리는 지난해 마이애미와 4년간 총액 5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보라스가 생각하는 액수와 현지 언론이 추정하고 있는 액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날 '야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보라스는 "다저스와 좋은 만남을 가졌지만 아직 어떤 제시도 받지 못했다. 다저스가 제시할 때 희망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저스가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류현진을 원하고 있으며 류현진 본인이 메이저리그를 열망한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는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는 2014년부터 적용될 폭스와의 TV 중계권 협상이 25년간 약 60~70억 달러 수준에서 맺어질 전망이라 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텐 카스텐 다저스 사장도 "오프시즌 우리의 최대 목표는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저스는 당장의 전력 상승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차원에서 내년이면 만 26세가 되는 젊은 왼손 투수 류현진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협상 중지 가능성을 언급한 콜레티 단장도 같은 날 "협상 속도가 늦지만 우리는 분명 류현진과 계약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류현진도 보라스가 협상을 오래 끌 경우 자신이 직접 나서 중지할 수 있다. 그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최우선이다.
과연 류현진과 다저스가 이상 기류를 잠재우고 협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까. 한국시간으로 오는 11일까지가 계약 마감시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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