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클리닉’ 박하선 “찌질한 모습 보여주고 싶었죠”[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12.04 09: 44

배우 박하선, 참으로 당돌한 여성이다. 꾸밈이 없고 가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아한 이미지가 강한 여배우라 말도 조신하게, 행동도 얌전할 줄만 알았는데, 직접 대면한 박하선은 그 예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영화 ‘음치클리닉’ 속 동주는 박하선이었고 박하선은 곧 동주였다. 예쁜 척을 하는 모습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었고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건네는 질문마다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음치클리닉’에서 동주는 대부분 여성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자면서 침 흘리고 자고 머리도 질끈 묶고 있고 집에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나온 트레이닝 복, 다들 있잖아요. 저도 있는데 버려야겠어요.(웃음) ‘하이킥3’에서 사랑스럽게 보여준 것만 보여준 것 같아서 털털하고 남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밖에서 보면 재미있는 캐릭터지만 집에서는 찌질한 캐릭터. 저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하선은 앞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3)에서도 꽤 망가졌지만 귀엽고 엉뚱하면서도 단아한 여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는 ‘하이킥3’에서 선생님 역할을 통해 ‘나도 젊고 어리다’라는 걸 보여줬다면 ‘음치클리닉’에서는 ‘이게 바로 박하선이다’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예전에는 제가 가진 진지하고 우중충하고 우울하면서도 우수에 찬 단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내 모습을 보여줬죠.”
특히 ‘음치클리닉’에서 박하선은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극 중 28살이지만 반값 할인을 받기 위해 18살 여고생으로 변신한다. 과거 박하선은 사극 ‘동이’에서 인현왕후를 연기, 참한 이미지 때문에 ‘노안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지라 교복을 입은 모습은 꽤 신선했다.
“민망했어요. 노안의 아이콘이었다가 이번에 동안의 아이콘이 됐지요. 저는 희망에 차있어요. 30살이 되면 동안의 아이콘이 될 거예요.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이미연, 김소연, 김희선 선배님들은 초반에 성숙한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굉장히 동안이잖아요. 저도 그렇게 될 거예요. ‘하이킥3’ 때는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학생이 됐고 30살에는 동안 아이콘의 기적을 보게 되실 겁니다.(웃음)”
무엇보다 박하선은 극 중 귀를 괴롭히는 실감 나는 음치연기와 눈물 때문에 번진 굴욕적인 화장, 절로 웃음이 나오는 화려한 몸개그를 선보인다. 그러나 박하선은 ‘절대’ 오버한 연기가 없단다.
“저는 평소 리액션도 크고 ‘음치클리닉’ 연기를 하면서 별로 오버한 게 없어요. 망가진 것도 없고 고생한 것도 없어요. 특별히 한 게 없죠.(웃음) 영화 보시고 주변 분들이 ‘고생 많았다’고 연락했는데 그냥 절 보여준 거예요. 절 정말 잘 아는 친구들은 동주가 바로 저의 모습이기 때문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박하선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을 ‘음치클리닉’에서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을 보고 캐릭터 분석을 하거나 등의 준비는 하지 않았다. 리허설도 거의 안 하고 바로 연기를 했을 정도.
“연기를 준비할수록 처음 좋았던 감정이 안 나오더라고요. ‘밥 먹었어?’라는 일상적인 대사를 계속하니 점점 이상해지고. 리허설 때가 가장 좋았어요. 감독님도 리허설 때 제일 잘하는 것 같다고 해서 연기할 때 리허설 없이 찍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불안하더라고요. 여러 번 찍어서 골라야 마음이 편한데 그렇지 못하니 정신 차리고 했죠.(웃음)”
연기를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박하선이 준비한 건 단지 피아노 연주와 노래, 난타 이 세 가지였다.
“피아노 반주하는 걸 2개월 동안 대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3곡을 완벽하게 연습했어요. 아쉬운 건 영화 후반작업에서 음악을 까니 싱크가 달라 연습한 게 허탈했죠. 그리고 난타도 연습하고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어요.”
‘음치클리닉’에서 박하선은 학생연기, 굴욕연기 거기다 짝사랑 연기까지 했다. 망가지는 연기가 일상적인 모습이었듯이 짝사랑 연기 또한 지난해 박하선이 겪었던 경험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정말 제 인생 최고로 좋아했어요. 진짜 별짓 다 하게 되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잠도 못 자고 그랬어요. ‘하이킥3’에서 연기할 때 ‘나도 애교 있어. 보고 있어?’라면서 보란 듯이 연기했어요. 지금은 감사하죠. 연기의 원동력이었어요.”
올해 26살의 여인 박하선도 한창 연애해야 할 때. 지난해 심하게 가슴앓이를 하며 짝사랑을 했기 때문에 정말 진지한 사랑을 하고 싶은 여자다.
“이제 혼자 좋아하는 건 힘드니까 나중에 결혼할 때는 친구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데 늘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어 빨리 결혼하고 싶긴 한데 주변에 결혼한 언니들 얘기 들어보면 아기용품도 비싸고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32~33살에 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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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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