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각 구단의 재계약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SK 와이번스의 박재홍(39)은 그 명단에서 제외됐다. 일찌감치 코치로 혹은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연장으로 다음 행보가 결정된 이대진(38. LG-한화 코치)과 강귀태(33. 넥센-KIA)와 달리 현역 연장을 희망하는 박재홍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사실이 없다. 공교롭게도 그날 동갑내기 투수 박찬호(39, 한화)는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재홍은 개인 기록이 매우 많은 선수이다. 지난해에는 역대 7번째 300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박재홍은 데뷔한 그 해 신인왕, 타점왕, 홈런왕 타이틀에 골드글러브까지 거머쥐며 신인시절부터 뛰어난 야구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그 이후로 박재홍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꾸준히 자신의 경쟁력을 상승시켜왔다. 그러나 2009년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SK와 두 번째 계약을 한 뒤부터는 선수로서 이렇다 할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출장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고, 따라서 결과도 좋지 못했다.
노장 혹은 베테랑 호칭이 붙는 30대 후반의 선수들은 선수 생활 연장을 희망하지만 대체로 그 꿈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양준혁, 이종범과 같이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의 전설급 선수들이 은퇴를 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선수가 신인으로 처음 프로무대에 적응하는 것 이상으로 베테랑 선수들이 프로선수 생활을 명예롭게 정리하고 마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해 팀에서 가치 있는 선수만 팀에 남아있을 수 있으나, 선수 자신이 측정한 가치와 팀에서 산정한 가치의 차이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이를 납득하기란 쉽지 않고, 노장 선수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장기회를 더 이상 얻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며, 매일매일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거취와 관련된 고민을 하게 된다.
박재홍은 아직 자신이 현역생활을 충분히 이어갈 수 있으며, 자신이 가진 장점으로 어떤 팀에서든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구단의 은퇴식, 코치연수 제안도 거절했다. 구단도 그의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그를 아끼는 팬들도 여전히 그가 선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며, 그가 선수 생활을 더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달성하기는 힘들지만, 300-300클럽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선수로서의 기량뿐만 아니라, 그 동안 그의 품성에 대한 편견들, 또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라는 신분 등 그가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들이 많다. 그러나 박재홍은 그 모든 것들을 모르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박재홍이 어려움 하나 없이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 작년에는 1군 출장 기회가 46번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300홈런, 3000루타 기록을 달성했다. 도전을 선택한 이상 박재홍은 앞으로 순탄하지 않은 앞날을 헤쳐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얼마 남지 않은 선수시절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소중한 기회를 어느 팀에서 갖게 되든지, 그동안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해 왔던 박재홍은 이 기회를 그의 이름에 걸맞게 사용할 것이다.
/고려대 학생상담 센터 상담교수